2월 마지막 주 시작과 함께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행보가 자극적이다. 그의 행보에는 동영상을 위한 카메라가 따르고, 최 회장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대회원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한다. 이틀 연속 삭발과 1인 시위를 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투쟁을 선언한 의협은 투쟁의 필요성 파업 찬반에 대한 의심을 파악하기 위해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회원이 참여해야 '의심(醫心)'을 반영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의협은 매일 설문조사 참여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최 회장은 위기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삭발과 1인 시위에 나섰다.
그가 회원에게 보내는 믿음은 굳건하다.
1인 시위 현장에서도 설문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회원 투표 결과가 집행부 움직임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집행부 투쟁 방향 결정에 근거로 활용할 것"이라며 "다수가 집행부의 방향을 지지하면 큰 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집행부의 투쟁 방향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올 것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민심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 기자에게만도 의협의 투쟁 기조, 회무 방향성 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매번 하는 삭발로 설문조사 독려가 된다고 생각하나. 식상하다", "아무 때나 돌격 앞으로 해서 병사가 안 따라오면 장수만 죽는다", "회원들 관심이 없다" 등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심지어 설문조사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일반인 참여도 가능해 객관성, 대표성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대집 회장은 모든 의사들의 마음속에 투쟁의 불씨는 있으며 모두가 투쟁에 동의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투쟁을 선언한 시점도, 절차도, 방향도 공감을 쉽게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마치 앞만 보고 질주하는 말처럼 오로지 앞으로만 혼자서 달리고 있다. '투쟁'을 앞세워 출범한 집행부인 만큼 투쟁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정부와 최대한 협상에 임했다고 하지만 최대집 집행부 출범 후 '투쟁'이라는 단어와 늘 함께했다.
의협은 설문조사 참여율을 끌어 올리고 투쟁의 불씨에 불을 지피기 위한 수단으로 삭발과 1인 시위를 이틀 연속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식상하다. 전형적이다.
삭발은 벌써 세 번째다. 회장 당선 후 지난해 10월에도 했다. 1인 시위는 더 자주 했다. 다음은 '단식' 순서이냐는 자조 섞인 질문도 나오고 있다. 삭발하고 1인 시위를 한다고 투쟁의지가 갑자기 고조되는 것도 아니다.
더 이상 집행부 태생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설문조사 결과가 집행부 뜻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에 대한 대책도 세워놔야 한다.
자신감은 금물이다. 꼭 잠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해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 집행부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차가운 얼음장 같은 모습만 보이는 상황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