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해부학은 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다른 신체관 및 질병관을 갖고 있음에도 모든 한의대는 의학식의 해부학을 같은 교재와 실습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었다
의대에서 해부학은 평균적으로 1학년 수업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수업과 실습을 하고 있었다. 해부학 전공 전담 교수도 최대한 5명 이상 확보하고 있고 그 외 임상교수가 강의에 부분적으로 참여했다.
반면, 한의대는 해부학, 조직학을 공통적으로 가르치며 일부 발생학이 포함된 학교가 있었다. 육안 해부학의 강의와 실습 교재 등은 의대의 해부학 실습과 비슷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경혈과 해부학을 연계해 경혈단면해부학을 강의하고 있었다.
생리학은 한의대에서 양방생리학과 생리학이라는 두 과목을 따로 가르치고 있었다. 양방생리학은 한 학기에 2~3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한의사 교수가 직접 가르쳤고 의대 생리학 교실 트레이닝 선생님이 담당했다. 생리학 과목은 의대의 생리학과는 크게 달랐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의대에서 강의하는 생리학이라는 용어가 한의대에서는 (의학)생리학이라고 불리며 한의대에서 생리학은 (한방)생리학을 의미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학과 한의학에서 생리학에 대한 교육의 차이가 무엇인지 논하기 전 서로 다른 용어와 접근 방식의 이해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병리학 역시 한의대에서는 양방병리학과 병리학이 나눠져 있었다. 양방병리학은 의대의 병리학 내용으로 1학년과 2학년에 주당 1~2시간 정도로 한의사 교수가 직접 가르치고 있었다. 병리학은 1학년이나 2학년에 주당 2~7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병에 대한 접근과 진단의 차이에 대해 비교 분석해서 다루고 있었다.
연구진은 "(한방)병리학 개념은 의학의 병리학이라는 용어는 같지만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직접 이상 변화를 보면서 설명하는 병리학과 달리 (한방)병리에서는 병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임상 증상이 있으면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학의 병리학이라기보다는 병태생리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념 차이뿐만 아니라 의학과 같은 장기명을 쓰지만 장기의 위치나 기능에 대해 서로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연구책임 대표인 이무열 교수는 "한의대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일반 서점에서 구입하기 힘들었다"며 "교수 중 의사는 한 명도 없었는데 의학 교육에 쓰이는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교과서 내용을 얼마나 알고 가르칠 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또 "교육과정이 같더라도 양이나 질로 따지면 50% 이하인데다 교육자 수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과학은 서양과 동양을 구분하지 않는다. 진리는 한 곳에 있으며 그 진리를 나눠 자신의 것을 고집하면 대화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