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중의 정점이라는 의과대학 교수들을 교육하는 간호사들이 있다. 누가 들어도 물음표가 그려질 만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무려 2000여명의 의사들을 교육하는 현직 간호사들이다.
한해에만 5000여명에게 삶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을 구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교육하는 삼성서울병원 CPR운영실 우인정, 임영진 간호사. 의사들도 한수 배우러 들른다는 그들의 업무와 목표를 한번 들여다봤다.
"의사를 교육하는 간호사 부담 크지만 보람도 있죠."
그들이 몸담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CPR운영실은 원내에서 이뤄지는 CPR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다수 병원들이 교육팀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상당수 병원들이 별도의 교육팀은 운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와 같이 교육과 동시에 모니터링과 운영을 함께 하는 곳은 찾기 힘들죠. 그만큼 교육과 더불어 곧바로 현장에 반영된다는 것이 경쟁력이에요. 실제적인 교육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거죠."
교육을 맡고 있는 우인정 간호사의 말이다. 실제로 그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인원만 의사 2000여명을 포함해 총 5000여명에 달한다.
의대 교수부터 전임의, 전공의, 인턴,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원 모두가 그가 교육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게 그는 연간 600여회 교육을 열고 병원 모든 직원들에게 CPR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간호사가 의사를, 그것도 의대 교수를 교육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 또한 이러한 업무를 처음 맡은 10여년 전에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우려가 많았다.
"처음에는 의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엄청 부담됐죠. 교수님들을 보면 다소 위축되는 것도 있었고요. 실제로 일부 교수님들은 어떻게 간호사가 나를 교육하냐며 소리를 치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주눅이 들면 교육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 분야 만큼은 내가 더 전문가다라는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으려 노력했어요."
그러한 그의 노력에 지금은 CPR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병원내 모든 의사들도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각종 자격과 교육을 마스터하고 11년째 교육을 진행하며 얻은 노하우를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우 간호사는 "그 부담과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훈련과 교육을 받았다"며 "서서히 그 전문성을 인정받다 보니 이제는 대부분의 교수들과 의사들, 간호사들과 행정직원 모두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따라와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CPR교육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미 그가 키워낸 원내 강사들만 의사 30명, 간호사 150명으로 늘어 수백건의 교육과 훈련들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CPR운영실에서 단순한 교육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넘어 실제 CPR 상황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짜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그 역할은 임영진 간호사가 맡는다. 실제 CPR 상황에 투입돼 현장을 살피며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가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렇기에 그 또한 여러가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쉽게 말해 의사들이 진행하는 CPR을 간호사가 모니터링 하는 상황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중재에요. 결국 목표는 환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자는 것이지만 CPR 상황은 워낙 극단적인 위기이기 때문에 서로간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서로 너무 흥분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트러블도 많은 것이 사실이고요."
그렇기에 임 간호사가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이러한 목표를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일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이 CPR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며 설득하기를 수년째. 이제서야 그 노력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임 간호사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면서 CPR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애썼다"며 "이제는 자연스럽게 CPR 담당들도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고 우리 또한 개선점을 제시하면서 건설적인 창구 역할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초에 운명이 뒤바뀌는 순간 무한한 책임감 느끼죠."
이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속에서도 그들의 고민은 끝이 없다. 특히 CPR이라는 것이 의료 현장에서는 극단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부담과 책임감이 존재한다.
"CPR 자체가 생명을 잃었던 환자를 소생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치의 실소도 용납되지 않는 부분이잖아요. 어떤 CPR 상황에서도 모두가 부담과 책임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죠. 그만큼 완전히 숙달된 시스템이 필요해요. 모두의 목표이자 책임이죠."
임영진 간호사의 말이다. 의료는 실전이기에 아무리 빈틈없이 교육하고 훈련을 한다 해도 상황마다 또 다른 문제와 개선점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그들의 고민과 노력은 멈추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이 가장 신경쓰고 노력하는 부분들도 여기에 있다. 교육과 끊없는 훈련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한번이라도 더 교육에 참여하게 하는 일이다.
그들의 보람도 여기서 출발한다. 단 한사람이라도 더 CPR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통해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 그들에게는 최고의 보람이자 뿌듯함이다.
"가장 큰 저항감은 역시 교육장까지 오게 하는거에요. 다들 너무나 많은 각자의 이유들이 있잖아요. 의사들은 너무 바쁘고 행정직원들은 왜 우리까지 이런걸 해야하나 하는 마음이 들고. 하지만 그 반대로 몇 번의 교육 끝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요. 이렇게 의식 변화가 있다는데서 보람을 느끼죠."(우인정 간호사)
그래서 그들은 이미 너무나 바쁜 업무속에서도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명이라도 더 CPR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두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시스템으로 환자가 최선의 CPR을 받을 수 있도록 끝없는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우인정 간호사는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CPR교육을 진행하면서 단 한번도 같은 교육을 진행해 본 적이 없다"며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같은 교육을 받으면 나도 교육생도 모두가 지겨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모든 장비를 챙겨 실제 현장에 찾아가 시뮬레이션을 펼치는 일을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한명이라도 CPR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만족감 있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나라도 더 준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그들은 병원의 모든 구성원들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라도 CPR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적어도 병원안에서 만큼은 모두가 안전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임영진 간호사는 "이제 계속되는 교육으로 구성원 모두 CPR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며 "이제는 더 많이 의사소통하며 프로세스를 바꾸고 시스템을 정착시켜 모두의 수준이 올라가는 상향 평준화를 도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