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들의 한 해 살림살이를 가늠해 볼 수가협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당장 오늘(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5개 공급자단체장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시작으로 2020년도 병‧의원들의 살림살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가협상이 시작된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유형은 어느 곳일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이하 의원급)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의원급이 겪고 있는 경영적인 어려움도 이유일테지만 유형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단체가 대한의사협회인 점이 한 몫 한다.
이유는 지난해 수가협상 과정을 회상해본다면 알 수 있다. 최대 7% 이상을 웃도는 수가인상률을 줄곧 요구하다 건보공단이 2.8%라는 최종 인상률을 제시하자 과감하게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 의사협회다.
더구나 수가협상 결렬 직후 의사협회는 건강보험제도 최대 결정기구인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하기도 했다. 의사협회가 건정심을 탈퇴한 사이 복지부는 초음파와 MRI 급여화로 대표되는 문재인 케어 추진에 더해 추나요법 급여화까지 속전속결로 시행한 것은 의료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의사협회의 수가협상 참여 자체를 두고서도 관심이 집중될 터.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현재까지 발표된 건강보험 통계 등 수치상으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실제로 건보공단이 제시한 3분기 진료비 청구액 자료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가 20% 오른데 반해 의원급은 1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보장성 강화에 따른 급여비가 병원급 의료기관에 집중된 데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현재까지 의원급 수가협상은 수치상에 나온 통계보다는 정치적인 상황이 분위기를 지배한다.
의원급 수가협상에 임했던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해 2.8%를 거부하고 건정심을 가지 않았나"라며 "수가협상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늘 것이다. 수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추가재정분 중 의원급이 가져가는 실질적인 액수를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 지난해 의원급이 비록 수가협상이 결렬됐지만 추가재정 9758억원 중 30%인 2934억원 가량을 가져갔다. 수가인상률 1% 당 1048억원을 가져간 셈인데 이는 기존 기록을 갈아 치우는 결과였다. 의원급이 3%대 인상률을 기록해왔던 시기에서도 이 같이 가져갔던 전례는 찾아 볼 수조차 없다.
물론 의원급을 대표하는 수가협상단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다. 끝내 건보공단이 3%에 못 미치는 수가인상률을 제시 한다면 정부와의 대화 거부 기조를 깨고 수가협상을 참여한 명분도 얻지 못하는 데다 전임 집행부가 거둔 인상률보다 저조하다는 이유로 회원들로부터 비난이 대상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원급을 대표하는 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단순히 보이는 수가인상률이나 유형별 순위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각 유형이 가져가는 추가재정분 규모가 얼마인지를 보고 수가협성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때가 됐다고 본다. 수가협상을 앞 둔 시점에서 의사협회가 3%의 늪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