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스승의 공통점…후학양성에 애정 쏟고 제자 길러 환자 입장에서 최선의 진료 실천하는 모습 존경
현 시대 명의를 키운 그들의 스승은 누구이고 그들은 스승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익혔을까. 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존경받는 의대교수 5인의 스승이 누구인지 물어봤다.
이들이 꼽은 스승은 본인의 직위나 명예를 쫓기 보다는 후학양성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자리'보다는 '사람'을 남겼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네카) 초대원장으로 의료계 어른으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 그의 의사 인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스승은 서울의대 내과학교실 김노경 교수다.
허 교수는 "얼마전 작고했지만, 환자 진료는 물론 연구에 어떻게 임해야하는지 모범을 보이셨다"며 "의사 중에는 정치력을 발휘하거나 스타성을 띄는 사람도 있지만 스승은 '정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나 병원에서 높은 자리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마다하고 후학양성에 애정을 쏟는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의사로서의 바른 길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늘 환자의 입장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에 있어 눈앞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늦더라도 바른 길로 가야한다는 스승의 당부가 지금의 허 교수가 되는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허 교수는 특히 스승이 후학에 힘쓰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는 "슬라이드도 없이 직접 칠판에 써 내려가며 학생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던 분"이라며 "수업을 들으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연세암병원장을 지낸 위암수술 대가 강남세브란스 노성훈 교수의 스승은 누구일까. 그는 신촌세브란스병원 퇴직 후 송도병원장을 지낸 민진식 교수와 분당차병원장을 지낸 이경식 교수를 꼽았다.
전공의 시절 두 스승의 수술방을 지키며 '반드시 15년후 저런 외과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임상강사, 조교수로 선배 교수를 모시면서 그들이 진료에 임하는 자세를 따라간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특히 꼼꼼하고 철저한 민진식 교수의 장점과 술기가 탁월한 이경식 교수의 장점만 흡수하려고 무던히 노력한 결과 현재에 이른 것.
노성훈 교수는 "두 스승 모두 정년까지 수술, 회진, 연구를 놓치 않았다"며 "심지어 이경식 교수는 80세가 넘는 고령에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제 경우 65세인 내가 환자진료를 지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좋은 의과대학이나 좋은 병원은 자신이 닮고 싶은 선배 의사가 많은 곳이 아닐까 한다"며 "나 또한 전공의 등 후학에게 환자진료나 학문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모범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흉부외과계 명의로 손꼽히는 삼성서울병원 이영탁 교수도 고개를 숙여 찾아뵙는 스승이 있다. 서울대병원 퇴직 후 부천세종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흉부외과 과장 겸 세종의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진 교수.
김용진 교수는 흉부외과학회장을 지낸 의료진으로 세계선천성 및 소아심장외과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아시아 심장혈관학회 명예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 선천성 심장수술의 저변을 넓힌 의료진으로 손에 꼽힌다.
이영탁 교수는 "전공의 시절 스승님이 수술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전문의가 되면 저렇게 수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탁월한 술기도 크게 배웠지만 제자들 교육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존경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나서도 이후의 진로 문제는 물론 의사로서의 인간적인 고민을 함께 해준 진정한 스승이라고.
당시만 해도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 선천성 심장수술 술기를 배워오던 시절. 이영탁 교수는 "스승님이 미국에서 배워온 술기를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해외 논문을 제시하며 공부하도록 자신을 이끌어 줬다"며 "현재 자신이 있기까지 가장 영향을 준 분"이라고 했다.
이화의료원장을 지내고 현재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승철 교수(이대목동병원)의 스승은 서울대병원 퇴직 후 현재 순천향대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이효표 교수.
이 교수는 부인암의 명의로 김승철 교수의 지도교수로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가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평소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제자들에게 대하는 모습 등 전문의 생활을 하는데 직간접적 영향을 준 분이고 지금까지도 진료를 이어가는 모습이 본받을 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