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정형 한방대책위원장 "저선량 방사선도 축적되면 위험" 저선량 우선 적용 주장 자체가 교육 부족 지적…환자 피해 우려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자격이 없는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무슨 권리로 우선 의료기기를 쓰고 보자는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부끄러운 발상이다."
한의계가 현대의료기기인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 사용을 공식 선언하자 엑스레이를 주로 사용하는 진료과인 정형외과 의사들이 발끈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던 한방대책위원회까지 가동하며 최혁용 회장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메디칼타임즈는 16일 정형외과의사회 한방대책위원회 김형규 위원장을 만나 한의사가 왜 엑스레이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한의협이 말하는 10mA/분 이하 저선량 이동식(portable) 엑스레이는 현재 정형외과에서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시암(C-arm)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이날 김 위원장도 치료를 위한 주사제를 환자의 통증 부위에 주입 위해 시암을 사용했다. 3.7mA/분의 저선량임에도 차폐복과 차폐 장갑까지 착용하고 시술을 진행했다. 시암으로 촬영한 영상은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며 주사제 주입 위치를 찾는다. 영상에는 척추뼈 2~3개 정도만 나오는 데다 해상도도 낮아 진단에는 활용하기 힘들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시암은 수술실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핀이 원하는 방향으로 박히고 있는지, 약물을 주사해야 할 부분을 찾기 위해 1~2초 정도 잠깐씩 보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라며 "척추의 배열 등을 보기 위해서는 통상 200mA의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저선량 엑스레이라고 하더라도 방사선 축적의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하루에 10명을 찍으면 그에 대한 방사선이 그대로 몸에 쌓인다는 말이다. 방사선사도 선량 조사계를 몸에 달고 하루 방사선 노출량을 확인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저선량 엑스레이를 우선 쓰겠다는 자체가 방사선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몸에 쌓이는 방사선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교육은 필수"라며 "환자, 직원들도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불임이나 기형아 출산 위험까지 있다"라고 심각성을 말했다.
한의계의 주장대로라면 저선량 엑스레이를 직접 촬영할 한의사도 방사선 축적 위험을 피해 갈 수 없다.
김형규 위원장은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의 주장은 방사선 교육의 심도와 전문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2014년 원광의대 정형외과학교실 연구팀은 방사선 축적으로 손 연부 조직의 피부괴사, 나아가 절단까지 한 사례를 정형외과학회지에 보고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40대의 정형외과 개원의는 시암을 사용해 척추 주사 요법을 월평균 100건 이상씩 17년간 시행했다. 시암 선량은 3.3mA/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의사는 양측 엄지와 검지에 가려움증과 건조증이 심해져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고 피부 괴사가 일어나 해당 부위를 잘라내기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정형외과 의사는 방사선 조사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 위험성을 인지하고 수술 및 시술을 시행할 때 전신 차폐 기구뿐만 아니라 방사선 차폐 장갑도 착용하고 방사선 투시 촬영기와 적절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김 위원장은 "주위에서도 방사선 축적으로 손가락 조직 괴사, 나아가 피부암까지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라며 "실제 주변 정형외과 원장 2명도 손가락 일부를 절단했다"고 간접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방사선 축적 관련 부분을 보완해 잘 배워서 사용할 테니 권리를 달라는 주장을 한의계가 할 수 있지만 이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며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는 사람한테 권리를 주는 게 당연하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사용) 권리를 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