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장이 결정된 서울대병원은 앞으로 3년간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메디칼타임즈는 오는 31일 김연수 신임 병원장(신장내과·1988년졸) 임기 시작에 앞서 서울의대 교수들에게 신임 서울대병원장의 역할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신임 병원장에 임명된 김연수 교수는 서울의대 교육부학장, 교무부학장을 거쳐 직전까지 부원장을 맡아온 인물.
그는 서울대병원이 정치,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을 당시 부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해 병원내 의료윤리위원회를 발족해 논의한 결과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수년째 논의 단계에 머물렀던 '대한 외래' 프로젝트를 마무리지으면서 리더십과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은 김연수 신임 병원장에 대해 탁월한 추진력과 빠른 상황 판단력을 높게 평가했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대외협력실장은 "늘 강조하는 부분이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지 말고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라고 평했다.
공공의료사업단 소속 한 주니어 스텝은 "소통이 잘되는 보직자"라며 "평소 부원장실에 찾아가 편하게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공공의료 영역에 대한 가치를 높게 인정하고 야근 등과 관련해 어떻게 직원들이 합리적으로 근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소통이 원활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바라는 신임 병원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국립대병원으로서 자칭 '국가중심병원'이 아닌 모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사립대병원이 의료서비스를 선도하는 것을 경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그보다는 환자의 눈높이에서 의료제도의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서울대병원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특히 허 교수는 문케어 시행으로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이 국립대병원으로서 규범을 정리하고 선도하는 것이 의무라고 봤다.
그는 "의료라는 특성상 전문가들의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입장에서 의료제도와 전문직종간 어떤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울의대 이왕재 교수(해부학) 또한 "서울대병원이 의학계를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한순간도 잊어선 안된다"며 "특히 최근 의료제도의 변화와 관련해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대학병원장들은 병원경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라며 "삼성, 아산 등 기업병원들의 '친절'정신을 강조하기 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확장하는데 주력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 교수는 "서울대병원장은 일개 병원장이 아닌 분당, 보라매, 강남 등 분원 이외 해외 병원까지 두루 아울러야 하는 그룹차원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며 "점점 그 역할이 어려워짐을 느낀다"고 했다.
각 분원을 특화 시켜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도 진료 이외 연구, 공공의료, 학생 이외 전공의 등 교육 분야까지 관리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병원장은 이름만 달고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자리의 엄중함을 알고 한국의 의료를 세계 무대로 이끌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한 젊은 교수는 "과거 서울대병원이 무조건 1등이던 시절과 달리 위기감이 높다. 어려운 시기라고 본다"며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 병원 수익을 챙기면서 공공성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신임 서울대병원장이 서울대병원만의 가치를 제시하고 이끌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