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별도로 규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의료계 안팎으로 시끄럽다.
법안의 내용은 이렇다. 안정성과 유효성이 인정되는 일정범위의 의료행위에 대해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펼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소방청 주관으로 시행 중인 시범사업 내용을 명문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웬일인지 119구급대원의 상당수인 응급구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119구급대원 70% 이상이 응급구조사(1급 응급구조사 42.7%, 2급 응급구조사 30.9%, 간호사 19.4%, 기타 7%)로 채워져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자신들의 설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기도 전에 119구급대원부터 규정했다간 직역 자체의 존폐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했지만 직역 간의 갈등으로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부터 규정했다가는 간호사로 대표되는 타 직역이 현재 구급대원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덩달아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응급구조사들은 직장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한다. 119구급대원 업무범위만 명문화된 채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논의가 없던 일로 돼버린다면 결국 병원서도 발을 붙일 수 없게 되리라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벌써부터 의료현장에서는 병원 응급구조사의 역할이 무의미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퇴직을 권유하는 곳이 나타날 정도다. 그나마 채용하는 병원은 기존의 자리를 채우기에만 급급할 뿐 신규채용은 꿈꾸기도 어렵다.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논란의 시발점은 2017년 병원 응급구조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고소‧고발 사건으로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면서부터다. 하지만 3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업무범위 논란은 해결되지 못한 채 의료현장에서는 '묵인' 속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는 계속 펼쳐지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소방청은 119구급대원 상당수가 응급구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문제는 응급구조사가 직접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응급구조사 업무의 책임이 있는 복지부 역시 직역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문가로써 목소리를 내야 할 응급의학회 역시 뒷짐만 지고 있다.
응급의료는 빠른 처치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를 전담해야 할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는 16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응급구조사 직종 존립 자체가 우려스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