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소독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해서 터져나오자 전자태그(RFID)를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이를 차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내시경 환자들에게 소독 모니터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판단. 이로 인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도입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RFID를 활용한 내시경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의료기관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내시경 스코프에 RFID를 달아 사용 이력과 소독, 감염 관리 현황까지 프로그램을 통해 모니터링 하는 것이 골자다.
내시경에 이름표를 달아 과거 수기 등으로 입력하던 소독일지와 일시, 실시횟수, 소독액 사용량 등을 전산으로 일괄 관리하는 시스템.
또한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에 대한 검사 유무는 물론 포셉 사용량과 내원 및 입원 환자 구분, 수리 여부, 소모품 사용 이력 등 데이터 관리와 기초적인 통계가 일괄적으로 분석돼 환자와 공유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17년 내시경 판매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올림푸스가 시범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해 일본과 미국 등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업체들도 유사한 방식의 RFID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내시경의 총괄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본과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이러한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내시경 소독과 관련한 이슈다.
해마다 내시경 소독과 관련한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환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데다 내시경 소독 수가가 마련되면서 소독 일지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RFID 시스템이 검토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대한종합건강관리학회 동석호 이사장(경희의대)은 "다른 나라에서 실제적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내시경 감염 이슈에 대응하고자 RFID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수한 상황에 맞춰 필요성이 생긴 것이 아니겠냐"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선 소독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니 환자들의 불신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데다 소독 수가를 받기 위한 일지도 추가 검토나 이견없이 제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RFID를 활용해 소독 과정과 시간이 한눈에 보인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으로 환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병원과 검진센터에 RFID 내시경 시스템이 확산되자 중소병원과 개원가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RFID 내시경 시스템을 개발한 KD메디케어 김진철 대표는 "현재 우리들 내과를 비롯해 바른 내과, 수내과 등에서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광명성애병원 등 중소병원도 도입 예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개원가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그림의 떡이라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이미 내시경 수가 자체가 비합리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시스템까지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A내과 원장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인건비도 안나오는 4만원대 내시경 가격을 생각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대학병원이나 검진센터, 내시경을 위주로 하는 대형 내과에서는 가능한 일이겠지만 고작해야 보조인력 한명이 전부인 우리같은 개원의들은 소독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프로세스"라며 "솔직히 이러한 시스템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스트레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