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실손 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는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한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활용한 청구대행 대신 처방전과 진료비 영수증, 세부내역서를 표준화하는 방법으로 실손 보험 청구를 간소화해보자는 것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는 서울 모처에서 관련 의료단체가 참석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간담회를 갖고 설득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전재수 의원 등은 요양기관이 진료비 계산서 등의 실손 보험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직접 전송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지난 4월 금융소비자연맹을 비롯한 7개 소비자단체는 보험금 청구 방법의 편의성 제고를 이유로 청구 간소화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이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보험업계의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라고 지적하는 한편,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 보험업계와의 갈등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복지부는 의료계에 처방전과 진료비 영수증, 세부내역서 표준화를 중재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심평원 활용 청구대행이 아닌 처방전에 들어가는 상병과 진료비 영수증, 세부내역서를 가지고 표준화된 실손 보험 청구 형태를 마련함으로써 보험업계가 요구하는 있는 청구 간소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처방전에는 진단명, 영수증과 세부내역서에는 환자본인부담금과 급여비용, 비급여 비용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험업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표준화하자는 것이다.
관련 의료단체 임원은 "복지부가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복지부가 공사보험 연계라는 대통령 공약사항도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보험업계 요구안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최근 중재안을 간담회에서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험업계가 요구하는 심평원 청구 대행은 제외됐다"며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급여를 청구하니 비급여 자료도 받아서 중개하는 역할을 해달라는 것인데, 복지부는 기본적인 틀은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의 목적이 '보험업계의 행정비용 줄이기'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단체 임원은 "국민들이 불편한 이유는 보험사마다 다른 서류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청구 표준화를 한다면 국민들이 조금 편해질 수 있지만, 보험사는 청구 간소화로 행정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질적 최종 수요자는 보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청구 간소화는 민간 기업이 국민의 민감한 질병정보를 체계적으로 누적 축적하게 되는 것"이라며 "향후 가입자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