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소위, 27~28일 건보법안 심의…복지부 "특정제약사 특혜 논란, 수용 곤란" 전문위원실·법무부, 신중 검토…바이오제약협 "환자 건강권 차원 개정 필요"
제약계 최대 현안인 리베이트 약제 약가인하 소급 적용 법안의 심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기동민 의원)는 27일과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심의한다.
이번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보건복지위)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리베이트 약제 개정법률 시행 이전 위반행위도 요양급여 정지 또는 약가인하 처분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다.
앞서 윤 의원은 "리베이트 등 불법적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 약사법 위반행위를 한 의약품공급자도 개정 이후 제재처분(개정 전:요양급여 정지, 개정 후:요양급여비용 상한금액 감액)을 소급 적용해 환자의 약제 선택권과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여야의 치열한 토론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지난 2018년 3월 건강보험법 개정 시행을 통해 약사법(제47조 제2항, 의약품등의 판매질서)을 위반해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게 불법적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해당 약제의 요양급여 적용을 정지하거나 급여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일 위반행위로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약제의 요양급여 적용을 제외하는 일명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규정했다.
복지부는 이어 약제 급여정지로 위반행위와 무관한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을 반영해 급여정지 외에 상한금액 감액(약가인하) 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2018년 9월 건강보험법을 개정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수석전문위원 박종희)은 검토 보고서를 통해 리베이트 약제 소급적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은 법 시행 전 위반행위가 종료되어 아직 처분이 부과되지 않은 경우 또는 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개정 법률을 소급 적용하려는 것"이라면서 "약가인하 처분 대상을 확대해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운을 띄웠다.
전문위원실은 하지만 "처분 대상 약제가 시장에서 처한 위치에 따라 제재처분 경중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소급적용으로 불측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대체 약제가 존재해 급여정지 처분 이후 이전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하기 어려운 약제가 있는 반면, 타 약제와 차별성이 존재해 급여정지 이후에도 시장 수요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약제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위원실은 또한 "약가인하 처분은 항구적인 반면, 급여정지 처분은 그 기간이 한정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소급적용이 모든 의약품공급자에게 수혜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2017년 5월 불법 리베이트로 약 55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항암제 '글리벡'(한국노바티스사) 등 32개 품목 약제를 들었다.
전문위원실은 "현행 규정에 따라 글리벡 등 32개 품목을 12% 약가인하할 경우 처분일로부터 2년 6개월 후 경제적 손실이 과징금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동등해진다"며 법안의 실효성을 꼬집었다.
특히 "당초 법체계에서도 복지부 재량권 내에서 필요한 경우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사실상 폐지되고 약가인하 처분이 재도입된 상황에서 과징금 부과 요건을 엄격히 해석할 필요성은 상당부분 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 박았다.
전문위원실은 결론적으로 "소급적용에 따른 법적 안정성 침해보다 실현되는 공익이 더 클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개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복지부 입장은 단호하다.
복지부는 "약가인하 처분을 법률 시행 전 위반행위와 관련 약제에 소급 적용은 소급입법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 과거 법안심사소위원회(2018년 2월 22일)에서 개정 법률의 적용례를 장래효로 결정한 바 있다"며 '수용 곤란' 입장을 피력했다.
복지부는 이어 "처분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처분 진행 중인 약제에 대한 처분을 급여정지에서 약가인하로 변경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면서 "개정 법률안에 따른 소급적용 대상은 현재 1개 제약사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특정 제약사 특혜 논란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고로, 복지부가 언급한 급여정지 1개 제약사는 올해 3월 리베이트로 적발 처분된 동아에스티(주)로 헵세비어정 등 87개 품목이다.
법무부 역시 신중 검토를 당부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은 법률 시행 전에 이뤄진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개정법률에 다른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므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면서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참정권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입각해 소급입법에 대한 재산권 침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약업체를 회원사로 하고 있는 한국바이오제약협회는 개정안에 찬성했다.
바이오제약협회는 "당초 급여정지 처분은 환자의 의약품 건강권 및 선택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급여정지 약제를 대체하기 위한 처방코드 변경으로 의료현장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에 따른 개정법률 소급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윤종필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