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박양명‧문성호 기자| "최근 중국 다녀오신 분 있습니까."
파란 일회용 수술 가운을 입은 삼성서울병원 직원은 출입구에서 '최근 중국을 방문하셨나요?'라고 적힌 하얀 종이를 들고 소리쳤다.
한편에서는 열 감지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직원들은 병원을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 사용을 적극 권했다. 혹시나 이달 중으로 중국 방문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열 체크를 했다. 병원 안에 있는 꽃집, 푸드코트, 편의점 직원들도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격전지였던 삼성서울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분위기에 대응하는 '현재' 모습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출입구에 직원을 배치해 방문객의 중국 방문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29일 메디칼타임즈가 직접 찾아간 삼성서울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명 우한 폐렴 감염 예방을 위해 방문객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 관련 확진자만 80명 이상에 이르렀고, 삼성서울병원은 이를 교훈 삼아 감염대책본부를 상시 운영하며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 현황을 모니터링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자 삼성서울병원은 즉시 면회를 제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경보가 '경계'로 격상되자 감염대책본부를 비상 체제로 전환하고 행정직원까지 투입하며 적극 방역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곳곳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주의 안내 문구를 부착했다.
출입문마다 직원을 배치하고 중국 방문 여부를 확인했다. 방문객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출입문도 일부 폐쇄했다. 병동 출입도 쉽지 않았다. 환자 1인당 한 명의 보호자만 출입 가능하고 보호자가 아니라면 방문증을 따로 받는 과정을 거쳐야지만 병동 출입이 가능하다.
서울아산, 열화상 카메라 10대 설치…고대안암, 출입문 통제
약 5년 전의 메르스 교훈은 삼성서울병원만 바꾼 게 아니다. 사람들 출입이 많은 대형병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환자와 보호자도 병원 방침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주요 출입구에 열감지 카메라 10대를 설치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주요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 10대를 설치해 환자와 보호자 등 병원 방문자 정체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보호자 한 명을 제외한 방문객 면회도 전면 제한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은 정문에 위치한 출입구 중 한 쪽을 아예 폐쇄하구 입구와 출구를 나눴다. 입구쪽에는 책상을 'ㄷ' 형태로 배치해 방문객의 이동 통로를 제한했다. 책상 위에는 병원 방문 목적 등을 작성할 수 있는 서류를 뒀다.
고대안암병원은 병원 로비 입구를 축소해 방문객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안암병원 역시 행정직원을 투입해 병원 방문객의 중국방문 여부, 열 등을 체크하고 있다.
고강도 대응으로 감염 확산 및 예방에는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의료진과 병원 직원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은 약 1000명이 행정직원이 5~6명씩 팀을 이뤄 출입구에서 병원을 출입하는 사람들의 중국 방문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감염병센터 국가지정 음압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24명을 한 팀으로 꾸려 방역에 나서고 있다.
길병원 한 의료진은 "감염병 대응 활동에만 적어도 100명까지는 동원해야 제대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라며 "국가지정병원도 인력을 운용하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병원은 더욱 쉽지 않을것"이라고 호소했다.
고대안암병원 한 교수도 "재채기만 해도 환자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예민한 시점이라 의료진도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설 연휴가 끝나면서 밀려있던 검사나 수술 스케줄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업무 로딩이 상당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전문의 시험을 앞둔 고년차 전공의가 다 빠져나간 데다 3월에 신규 전공의가 들어오기까지 인력이 부족한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겹쳐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