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원 확진자도 소화기 증상…중국 연구선 '대변' 감염설 제기 정기석 교수 "호흡기처럼 별도 관리 필요성 충분" 강조
코로나19의 전형적인 증상 외에 설사, 구토 등으로 입원했다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가 나오면서 대형병원 소화기내과를 중심으로 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안심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호흡기 환자 동선만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소화기 환자도 동선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진 환자 중에는 감염 초기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아니라 설사·구토 등 소화기 증상, 두통·근육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대구에서 코로나19로 숨진 80대 여성은 2일 설사 증세로 검사를 받은 뒤 4일 폐렴 증세를 보였다. 대구거주 이력을 숨기고 서울백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8일 코로나19에 확진된 78세 여성도 당초 입원 이유는 구토, 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이었다.
때문에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의 담당의도 소화기내과 의료진이었다. 다행히 해당 환자를 담당했던 소화기내과 M 교수 등 의료진 모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약 2주간 자가 격리 하면서 몸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다.
더구나 최근 대변 등 이외의 경로도 코로나19 전파가 가능하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긴장감은 배가 되고 있다. 중국 질병관리본부(CDC) Wenling Wang 박사 등이 진행한 연구에서 가래(72%) 이어 대변(29%), 혈액(1%)에서도 바이러스 검출됐다는 결과가 발표된 것.
연구진은 "중요하게도 대변에서 생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대변 경로로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며 "소량의 혈액 샘플에서 양성 결과가 나타난 것은 감염이 전신성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백병원 사례가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호흡기내과 중심으로만 동선을 구분하고 있다 보니 그동안 긴장감이 덜 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퍼질 때로 퍼진 상황이다. 구토나 설사 환자들에게서 나온다고 해서 더 이상 이상하게 볼 단계가 아니다"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역시 "국민안심병원을 대다수 병원이 신청, 운영하고 있는데 호흡기 환자만 별도 동선을 유지해 관리하고 있다"며 "소화기내과 환자는 일단 병원 내로 들어와서 진료 받게 되는데 특성 상 감염에 취약하다. 마스크 지급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병원 내 감염의 근원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보건당국 측은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 환자 중 소화기 증상을 보인 환자 비중은 극히 적다고 설명하며 별도 관리 필요성은 낮다는 입장.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환자 중 설사나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기침·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발열이 나타나는 비중이 거의 90%"라며 "소화기 증상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흡기 환자처럼 소화기 환자도 별도 구분해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최근 복통이나 소화기내과 진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별도 관리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코로나19 확진자 임상 결과를 제대로 공개가 되지 않으면서 의사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면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까지 봐서도 충분히 소화기 증상만을 갖고 병원을 찾는 코로나19 환자가 있을 수 있다"며 "소화기도 호흡기 질환처럼 구분해서 진료해야 한다. 내가 만약 중소병원장이라면 이러한 방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