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급증 반면 병원급은 남의 나라 얘기 의료 현장 긍정적 변화 있지만 제도적 개선 필요 이구동성
#의사들 입장에선 하나의 일거리, 동의서 밖에 안된다. 특히 동의서는 환자에게 사인을 받든지 보호자에게 받으면 끝은데 연명의료는 말기진단, 결정, 등록도 해야하니...법 취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의사도 잘 없을 뿐더러 일거리 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솔직히 의료현장에선 연명의료계획서를 상담하고 환자가 사인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5~10분이다. 환자의 존엄을 논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최근 상급종합평가에 연명의료계획서 활성화 여부가 반영됨에 따라 비율을 높이기 위해 DNR 건수를 늘리기도 한다. (가톨릭 인천성모병원 김대균 교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공동대표 원혜영, 정갑윤)은 20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고 의료현장의 변화와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연세의대 이일학 교수(의료법 윤리학과)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의료현장에 상당한 변화가 있지만 인력을 확보할 여력이 있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만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즉, 요양병원 등 의료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은 제도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 4월 기준, 상급종합병원은 전체 42곳 모두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종합병원은 대상기관 314곳 중 146곳(46.5%)만이 가입하는데 그쳤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대상기관 1489곳 중 14곳(0.9%), 요양병원은 1577곳 중 54곳(3.4%)만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종합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에서는 사실상 연명의료결정법은 남의 나라 얘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인 셈이다.
이와 관련 토론에 나선 박형욱 변호사는 "연명의료결정법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지만, 결국 이를 주도하는 것은 의료진으로 그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토론에 나선 서울대병원 박혜윤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현재 서울대병원 입원환자는 약 70%이상이 연명의료 여부를 환자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등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몇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연명의료결정법을 의료현장에서 시행하는 주체인 의료인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은 물론 의사결정 도구도 없다"며 이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도 권한이 없다보니 무연고자 등을 관리할 수 없어 아쉽다"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윤리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윤성 국시원장(전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원장)은 "인간의 삶을 마감하는 것을 과연 딱딱한 법의 틀안에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이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유)로고스 기문주 변호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 이후 2년간 2번의 개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며 "죽음과 관련된 법이다보니 사회적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하태길 과장(생명윤리정책과)은 "올해로 법 제정 2주년을 맞이했다. 제도를 활성화는 곧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얼마나 받았는지 등 지표로 성과를 평가하다보니 문제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등록 실적도 급감했지만 이전까지 고무적으로 많은 건수가 접수된 바 있다"며 "앞으로 생애말기 돌봄 지원에 대해서도 5개년 계획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