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내년도 보험수가 인상률이 윤곽을 드러냈다. 전 유형 완전 타결은 물거품이 된 가운데 3개 유형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가장 먼저 결렬을 선언한 의원의 경우 4년 연속 협상에서 결렬한 경우도 존재하지만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줄곧 수가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향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병원협회도 9416억원이라는 아쉬운 추가재정 속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으며, 치과의사협회도 예상대로 수가인상안에 합의하지 않았다.
병원과 의원, 약국·한방·치과‧조산원 6개 유형 공급자 협상단은 6월 1일부터 막판 협상에 돌입해 오늘(1일) 새벽 6시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상단과 릴레이 수가협상을 벌였다.
공급자 협상단은 이른바 '끝까지 간다'라는 협상전략을 세우고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면서 애초부터 협상결렬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협상을 이어갔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끝까지 합의하지 않고 버티면 수가협상서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학습효과서 나온 결과다.
반면, 건보공단 협상단은 공급자 협상단의 공세에 맞서 1일 저녁 7시부터 시작된 막판 협상에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기대와 달리 적게 책정된 밴딩 규모를 두고 공급자 설득에 열을 올렸다.
이 가운데 추가재정 결정 권한을 쥔 재정운영 소위는 협상 초반에 결정한 벤딩 범위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당초 기대감을 가졌던 공급자들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꿔버렸다.
재정운영 소위는 1일 자정을 넘어서까지 건보공단 협상단의 지근거리에서 상황과 판세를 보고받았다. 이후 최병호 위원장을 포함한 재정운영 소위 참여자들이 떠나면서부터 최종 협상이 종료될 무렵인 새벽 5시까지 릴레이 협상에서 각 유형별 협상 윤곽이 드러났다.
그 결과, 약국 3.3%, 한방 2.9%, 조산사 3.8% 등으로 합의했다. 반면 의원과 병원, 치과는 각각 2.4%와 1.6%, 1.5%의 인상률을 제시받았지만 최종 거절하면서 결렬을 선언했다.
결렬 선언 직후 의사협회 박홍준 협상단장(서울시의사회장)은 수가협상 결렬의 책임은 건보공단에 있다고 주장했다. 3%대 수가인상률을 목표로 했던 의사협회였기에 지난 2년 간 결렬을 선언한 때보다 더 낮은 수치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터.
의사협회는 건보공단과 더 이상 합의점을 찾지 못하겠다고 판단하고 수가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다. 지난 1일 서울시의사회장단이 수가협상단을 찾아 협상단을 지원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지만 막상 수가협상장에서는 기대와 달리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박 단장은 "협상장에서 내몰린 기분"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인상률을 통보 받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협상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결렬을 인정했다.
그는 "저희가 내민 손을 내치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책임은 이러한 사태를 촉발한 정부 측에 있다"며 결렬 책임은 복지부와 건보공단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장성강화 파트너 병원조차 협상 파행
의원이 3년 연속 결렬을 선언한 사이 병원은 끝까지 버티기 협상 전략을 활용하며 수가인상을 끝까지 노력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파트너라는 점에서 협상 타결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기대감보다 적었던 추가재정으로 인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 따른 보상심리가 작용하면서 병원협회도 건보공단이 막판까지 제시한 1.6%의 수가인상률을 받아들이기에는 힘들었다는 평가다.
결국 병원과 의원, 치과까지 모두 결렬을 선언하면서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수가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공급자보단 가입자 편에서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수가협상단을 이끈 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됐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수가인상률이었다. 결론적으로 내부 논의 끝에 결렬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부회장도 "건보공단 측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자영업자 등 모두가 어려운 상황으로 고통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결국 치과계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가입자‧공급자 간 의견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만남과 협의과정을 거쳤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강청희 급여이사는 "양면협상을 통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했다"며 "최선의 결과로 받아들이겠다"며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