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AR 2020, 루푸스신염 3상임상 대거 공개 GSK 개선효과 확보, 작년 국내 퇴출 위기론도 돌아
루푸스 치료제 시장에 60년만에 진입한 신약으로 주목받은 '벤리스타'가, 대규모 루푸스신염 임상데이터까지 확보하게 됐다.
루푸스 발생과 연관성을 보이는 'BAFF'를 직접 타깃하는 작용으로, IgG1 람다 단클론항체 약물인 벤리스타를 기존 표준약물 치료와 병용했을때 신장 치료반응률을 10% 이상 끌어올리는 뚜렷한 개선효과를 검증해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약물 병용에 따른 안전성에서도,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이 위약군보다 더 적게 나오면서 추후 처방 전략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온라인 방식으로 치뤄진 올해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벤리스타(벨리무맙)의 대규모 3상임상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BLISS-52 연구'와 'BLISS-76 연구' 결과로 기존 표준치료에 벤리스타를 추가로 병용했을때 루푸스신염 환자에 신장 치료 반응률을 유의하게 개선하는 효과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일단 루푸스신염(lupus nephritis)은 전신홍반루푸스(SLE)가 신장의 사구체를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SLE 환자에 약 60%에서 동반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상황이다.
임상저자인 노스웰헬스 리차드 퓨리에(Richard Furie) 박사는 "두 건의 임상 모두에서 성공적인 혜택을 확인했다"며 "해당 3상임상들의 사후분석 결과 신장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두드러졌는데, 사구체 신염 환자에서 신장내 BAFF 생성을 강화하면서 루푸스신염 환자에도 혈청 BAFF 수치를 올리는 임상적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BAFF 수치를 중화시키고, 신장에서 자가 반응성 면역 B세포의 하향조절작용을 일으키는 전략이 루푸스신염의 새 치료방안으로도 분명한 개선효과를 가진다는 분석이었다.
더불어 활동성 루푸스신염 환자를 대상으로 잡은 3상임상 'BLISS-LN 연구'의 세부 결과에서도 이러한 혜택은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104주간 최장 추적관찰이 진행된 해당 임상에는, SLE와 함께 조직생검상 루푸스신염이 확진된 성인 448명이 등록됐다. 이들에 표준요법에 벤리스타 10mg/kg을 병용투약케 하거나, 위약을 병용토록해 효과와 안전성을 각각 평가했다.
여기서 일차 평가지표는 '소변내 단백질/크레아티닌 비율 0.7 미만'으로 정의된 주요효과-신장반응(PERR)이었으며 사구체여과율이 20% 이내이거나 60mL/min/1.73m2 또는 이상인 경우, 104주 추적관찰기간 응급치료가 필요치 않은 경우 등이 잡혔다. 이차 평가지표는 치료 104주차 완전신장반응(complete Renal Response)과 치료 52주차 PERR 및 신장과 관련한 사건 또는 사망 발생이었다.
주요 결과를 보면, 벤리스타 병용군에서 치료 104주차 PERR에 도달한 환자군은 43%로 표준요법에 위약을 병용한 환자군 32.3%와는 비교되는 효과차이를 보였다. 더불어 이차 평가지표와 관련해서도 벤리스타 병용군에서는 위약군 병용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을 각각 입증한 것이다. 한 가지 이상의 이상반응 발생률이 벤리스타 병용군에서 95.5%로 위약군 94.2%보다는 높았지만, 중증 이상반응 발생을 놓고는 오히려 벤리스타 병용군에서 25.9%로 위약 병용군 29.9%보다는 낮았다.
프레드니솔론 및 스테로이드 의존, 국내 벤리스타 퇴출 위기도 거론
학회는 "루푸스신염 환자에 대규모 임상분석에서 벤리스타 병용전략은 지속적인 개선효과와 더불어 수용할 수 있는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보했다는데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2013년 6월 처음으로 전신홍반루푸스(SLE) 치료제로 국내 승인된 벤리스타(벨리무맙)의 재심사(Post Marketing Surveilance, 시판 후 조사)기간이 작년 중순경 만료되면서 국내 시장 퇴출 위기론까지 거론된 바 있다.
표준요법으로 치료중인 자가 항체 양성인 활동성 전신홍반루푸스 성인 환자의 치료에 처방하는 벤리스타는 그간 2015년 12월, 2018년 11월 두차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프레드니솔론' 등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아자티오프린' 등 올드드럭(Old drug)이 대체약제인 만큼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개발사인 GSK는 타개책으로 위험분담계약제(RSA)의 적용을 희망했지만, 정부는 벤리스타가 RSA 조건 중 '희귀난치성질환'과 '대체약제가 없는 경우'는 충족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평행선을 그렸다.
이와 관련해 벤리스타는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2만명의 루푸스 환자에서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는 벤리스타가 거론되는데 당장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1년에 2600만원이라는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벤리스타 이외 개발중이던 루푸스 신약후보물질들이 기대를 모았던 임상연구들에서 줄줄이 실패하면서, 추후 시장 처방 상황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