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시‧도 단위로 운영 예정…의사회 등 15인으로 구성 병원들 "사무장병원 가리자는 의미지만 실효성 기대 안 해"
빠르면 올해 말부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넘어야 하는 과정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는 관할 보건소나 지방자치단체에 요건에 맞춰 신고를 통해 개설 했었다면 앞으로는 별도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운영 등을 골자로 한 '의료기관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관련 의료단체에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의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의 경우 지난 3월 의료법 개정에 따른 실행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앞서 국회는 의료법 제33조2의 신설을 통해 시‧도지사 소속으로 '의료기관개설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가 설계한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실행방안을 살펴보면, 의원급 의료기관보다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설된 의료법 취지가 의료기관 개설허가사항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신설 적합성 여부를 따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서는 허가 신청자가 적합한 개설권자인지 여부, 개설허가 신청기관의 시설‧인력기준 등 충족 여부, 복지부의 병상 관리정책에 따른 수급‧관리계획 적합 여부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동시에 복지부는 시‧도지사 산하로 운영될 의료기관개설위원회를 총 15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하는 한편, 의사회와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조산사회 및 간호사회 등 의료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즉 사무장병원을 포함한 불법의료기관 여부를 우선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무장병원 등 불법의료기관 적발을 도우면서 건강보험료 부당이득금 징수에 힘쓰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운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 단계부터 사무장병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제도라는 것이 건보공단의 평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자체가 의료기관 개설 시 사무장병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불법의료기관 근절 차원에서 기대가 된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반면, 의료법 개정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병원계는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모습이다.과연 시‧도지사 산하로 운영되는 협의체에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다.
사무장병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개설신청자 혹은 기관의 자금흐름 등을 세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데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서 이를 전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임원인 한 중소병원장은 "사무장병원을 의료기관 개설 전이라도 걸러내자는 의미에서 만들어 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변호사처럼 기관 개설 시 개인의 윤리적 행위를 살펴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법 개정 의도는 이해하지만 사실 실효성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진 않다. 과연 의사나 의료기관에 대해 개설 단위에서 무엇을 파악할 수 있나"라며 "진료이력도 없고 개인이나 기관의 자금 흐름을 어떻게 물어볼 것인가. 의료기관개설위원회를 반대하기에는 애매하지만 효과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는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