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공보건정책실 신설 무관심 "박능후 장관 청와대와 담판 져야" 여당 정책위 설득 불구 행안부 냉랭…의료계 "메르스 인사처분 부메랑"
"보건복지부 조직개편안은 실·국장 손을 떠났다. 복수차관 도입에 따른 보건의료 관련 실 신설은 국회와 장관이 담판 지을 사안이다."
보건복지부 세종청사에 복수차관 도입에 따른 보건의료 분야 실 신설을 둘러싼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17일 보건복지부 복수차관 도입과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서영교)에 제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복지부 복수차관 도입을 제외한 실 신설은 요원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에 따른 조직과 인원 배정에 예산과 인원을 투입한 만큼 복지부의 별도 실 신설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애가 타는 것은 복지부다.
복지부 정원 800여명 중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인력 증원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에 100명이 넘는 본부 공무원을 정식 발령했다.
중수본 정식 발령에 따라 인구정책실(실장 류근혁)은 복지부 세종청사 본부 6층을 중수본에 내주고, 인근 행안부 별관으로 이동한 더부살이 신세가 됐다.
보건의료를 비롯한 부서별 중수본으로 차출된 공무원들이 발생했으나,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에서 전입 공무원 인력 충원이 늦어지면서 부서에 남아있는 복지부 공무원들의 업무량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복지부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행정안전부와 청와대에 보건의료 분야 실 신설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기존 추진한 건강정책실 대신 감염병 사태를 감안한 '공공보건정책실'(가칭) 신설로 선회했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업무보고에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을 주요 현안과제로 보고했다.
복지부는 복수차관 도입 관련, "정책 전문성과 조직 운영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소관기능을 배분할 계획"이라면서 "1차관은 기획조정과 복지를, 2차관(보건차관)은 보건의료와 공공보건 소관으로 배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 보강을 추진하겠다"고 실 신설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복지부 복수차관 도입과 조직개편 관련 질의는 한 건도 없었다.
정부조직법이 행안부를 담당하는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라도 해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모두 관심이 없다는 반증이다.
여당 한 보좌관은 "복지부 조직개편은 행안위 소관으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언급하긴 부담스런 부분이 있다"면서 “복지부가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복수차관 도입 외에 별도 실 신설 논의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고 전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역시 복지부 조직개편에 큰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오는 20일 전체회의 안건은 정부조직법이 아닌 신임 김창룡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다.
행정안전위원회 서영교 위원장실 관계자는 "여야 모두 신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집중하고 있어 다른 사안을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 복지부 복수차관 도입과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을 담은 정부조직법안은 추후 전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인사청문회 결과에 따라 전체회의 일정 조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여당 정책위원회까지 나섰지만 행정안전부 반응은 차갑다.
정책위원회는 행자부에 복지부 실 신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으로 더 이상의 조직 확장은 버겁다는 게 행안부 입장이다.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결재라인이 한명 추가된 보건차관 도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신종 감염병 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실 신설에 따른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행안부 담당부서와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인력 공백과 국회 자료 요청 그리고 중수본 파견 복귀 후 밀린 업무와 하반기 및 내년도 정책 방향 수립 등 답이 없는 상황이다.
모 과장은 "공무원들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질환을 호소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그나마 기대했던 복수차관 도입에 따른 조직 증원이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져 더욱 허탈해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질병관리본부만 영웅이 되고, 복지부는 욕만 먹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 스스로 자초했다는 반응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정부 진영 장관(현 행안부장관) 중도 퇴임과 메르스 사태 시 방역현장에서 고생한 많은 의사 공무원들의 인사처분을 나 몰라라 하던 복지부가 부메랑을 맞게 됐다"며 "상황이 이러면 장관이 나서 청와대와 담판을 져야 하는데, 장관도 고위공무원들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