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오는 15일 광복절부터 17일 임시공휴일까지 이어지는 연휴를 14일로 예정된 전국 의사 총파업에 적극 활용하자는 전략이 나오고 있다.
3일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공휴일에는 정상진료를 하고, 차라리 14일 휴진을 선택해 총파업에 힘을 싣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원가 특성상 토요일까지 주 6일 진료 하는 상황에서 14일에 총파업 참여 일환으로 휴진을 하고 보다 환자가 많은 17일 월요일에 진료를 하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과 국민의 휴식, 내수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A내과 원장은 총파업 참여를 위해 14일 휴진 뜻을 밝히며 "전공의들도 움직이고 있는데 선배 의사로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전공의에서 시작된 파업 분위기가 이어져 확대돼야 의료계 목소리도 더 잘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지만 일주일 중 환자가 가장 많은 월요일인데다 직장인이 여름 휴가를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정상 진료를 한다면 피해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여름휴가를 다녀왔지만 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또 다시 휴진을 선택하는 의사도 있었다.
경기도 B내과 원장은 "지난 한 주 가족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면서도 "의사 수 증원, 첩약 급여화 등의 문제는 의료계가 똘똘 뭉칠 수밖에 없는 이슈인 만큼 정부에 의료계의 강력한 입장을 전하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C광역시의사회 임원도 "의료계의 투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총 파업 참여율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개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14일과 17일을 바꿔 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과 잘 협의를 해서 휴일 날짜를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임시공휴일은 정부가 지정한 것이니 그날 진료를 하면 정부 뜻에도 반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전시의사회 손문호 의무이사는 의료계의 파업을 알리는 로고까지 따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투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관망하는 모습도 한편에서 나오고 있다. 총 파업이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비관 때문이다. 일부 지역 의사회는 아예 리더가 앞장서지 않는 모습이다.
D광역시의사회 회장은 "투쟁을 해서 승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투쟁을 하고 싶다면 1부터 10까지 치밀한 로드맵이 필요한데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승산 없는 투쟁에 참여하라고 회원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라고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