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 "근거원칙 무너지면 신뢰 잃어" 정책연구팀 신설 등 조직개편...독립성 확보, 의사출신 채용 필요성 강조
"첩약의 뚜렷한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되면 급여화해야 하나, 불행하게 근거 부족하면 좀 더 보완하도록 요청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한광협 원장은 18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첩약급여화와 관련해 "어느 분야든 의학기술과 의료행위 모두 보건의료연구원의 정한 기준 하에서 가야 한다"면서 "의학과 한의학 등 보건의료계에서 요청이 오면 근거 중심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관련, 보건의료연구원에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맡긴 상태인데, 한 원장의 원칙 기조는 근거기반의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운영 철학도 피력했다. 임상의사로서 평생을 보낸 그로서는 기관운영이 서투를 수 있다는 외부시선도 있지만 협력과 소통, 정부와 의료계 가교 역할, 정책 연계성 강화 그리고 기관 역할 및 영향력 확대로 극복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보건의료연구원은 임상근거연구팀을 신설해 대한의학회와 임상진료지침을 공동 개발하고, 연구방법론 교육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의료기술재평가 사업 강화를 위한 재평가사업단과 정책연구팀, 빅데이터 협력팀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침과 관련해서는 "심사평가원도 임상진료지침 공동 개발을 반가워한다. 그동안 의료계와 심사평가원 간 껄끄러운 사안을 보건의료연구원이 중립적 근거중심으로 임상진료지침을 마련하면 심사평가에 대한 의료계 반감을 해소하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원장은 "고령사회 대비한 노인의료 임상진료지침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진료과별, 의사별 판단에 입각한 노인 대상 질환별 진단과 수술 등을 고령층에 맞춰 임상진료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인의료 관련 적정 임상진료지침을 만들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이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위해 우선, 고령자 암 수술 등을 중심으로 관련 학회와 논의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바이오산업 패스트트랙 등 신의료기술 평가도 보건의료연구원의 핵심 역할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
그는 "바이오 분야가 신성장 사업으로 지정되면서 신의료기술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업계는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업체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만 국민 안전성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을 허락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균형 잡힌 시선으로 양 측 입장을 고려할 것"이라며 원칙에 입각한 평가를 강조했다.
정부와 의료계 사이 현안인 비대면의료(의사-환자 원격의료) 연구의 소신도 분명히 했다. 의료계가 (비대면의료에)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포감을 주지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원장은 "비대면의료는 거부한다고 없어질 사안이 아니다. 현재 보건의료연구원 연구가 진행중이다. 필요하다면 나올 때까지 시행을 보류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관의 전문성을 위해서는 의사출신의 채용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한 원장은 "내년 하반기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 중곡동으로 이전한다. 이전비용을 포함해 내년도 예산은 늘어날 수 있지만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실질적 연구 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며 “복지부 산하기관 급여 체계상 저를 제외하고 의사 출신이 없다. 의사 출신 자문위원을 활성화시켜 보건의료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건의료연구원을 외부에서 너무 관여해선 안 된다. 과학적 근거중심의 원칙에 무너지면 의료계에서 신뢰를 잃는다. 근거를 기준으로 한다는 연구원의 대의명분을 허물어선 안 된다"며 "보건의료 정책을 위한 융통성을 발휘하지만 원칙 하에서 해야 한다"며 근거중심 보건의료연구원의 위상과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