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전임의들이 총파업에 동참하며 진료중단을 선언한 다음 날인 8월 25일, 대한외래 진료실은 평소와 달리 한산하다.
늘 대기환자로 앉을 자리가 없었던 내과 외래 대기실부터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까지 외래 대기실은 썰렁할 정도다. 본관 입구에는 입원환자의 전원을 위해 대기 중인 구급차가 눈에 띄었다.
수술장과 외래진료실을 지키던 전임의들은 직접 만든 유인물을 들고 환자 한명한명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병원 입구에는 전임의 2명이 '무분별한 지역논리 부실의대 재현말라' '대화통해 체계적인 공공의료 마련하라' '비인기과 육성정책 강제복무 웬말이냐' 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나왔다.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으로 서있기에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채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원내 곳곳에서는 전임의가 환자, 보호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는 모습이다.
유인물 내용은 왜 전임의들까지 파업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이유 4가지(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확대, 비대면 진료)를 정리해 담았다.
이들은 "정부와 마찬가지로 우리 의사들은 필수과 기피문제, 의료불균형의 해결을 진심으로 원한다"며 "밥그릇 싸움만으로 치부하지 말아달라. 올바른 의료환경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달라"고 적었다.
교수진 수술·외래 축소하고 병동·외래 전담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전공의 파업에 전임의까지 빠져나간 서울대병원은 어떻게 환자진료를 이어가고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24일 이후로는 교수인력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마침 코로나19 여파로 외래, 수술 취소 및 연기가 용이한 측면도 있다. 수술 축소로 입원환자도 감소하면서 병동도 비어가고 있다.
한 의료진은 "전공의 업무는 물론 전임의 외래 진료까지 교수가 도맡아 하고 있다"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진 버텨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수술 건수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중증·응급환자 수술 등은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입원 중인 환자 보호자는 "이번주부터는 교수가 직접 CT검사 동의서까지 교수가 직접 받기 시작했다"며 "이번주 접어들면서부터 수술환자 입원이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문제는 외래부터 병동, 수술, 검사까지 1인 3역 4역을 하고 있는 교수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다.
서울대병원 외과계 한 교수는 "버틸 수 있는 한 버텨보겠지만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가 잘 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등 타 대학병원도 26일부터는 전임의까지 파업에 동참하면서 진료현장에서 빠질 예정으로 의료공백이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