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안과 품목에 강세를 보이는 한 제약사 관계자를 만났다. 자연스레 주가 이야기를 하다가 몇 년간 자사 주가만 제자리라는 하소연을 들었다. 요즘 너도 나도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을 선언한 마당에 자사만 소외된 게 아니냐는 너스레였다.
그의 말을 빌자면 역량이 안되는 제약사들도 덩달아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 임상에 뛰어들어 임상 단계마다 주가가 널뛰기한다고 했다. 오히려 회사 내부에서도 "임상 선언으로 코로나19 특수를 누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8월 15일 기준 미국국립보건원의 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1224건이다. 이중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1164건,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60건이다.
전체 임상시험은 3월 11일 기준 56건에서 1224건으로 21.9배 증가한 수치. 국내 임상도 급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 승인은 18건. 백신 임상시험 승인은 2건이 진행중이다. 이중 제약사 임상은 12건. 임상 계획을 '선언'만한 제약사까지 포함하면 치료제 개발사는 20여 곳을 훌쩍 넘는다. 신약 및 백신, 하다 못해 개량신약을 개발해 본 적도 없는 업체도 슬쩍 발을 담궜다.
제약사 임상시험은 증가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연구계와 산업계가 코로나19 완전 극복을 위한 치료제·백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임상 홍보'가 줄을 잇는다는 데 있다. 임상 1상 계획을 보도자료로 뿌리는가 하면, 전임상 단계에서의 치료 효과를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한다.
전임상은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의 동물 모델이나 세포를 두고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정도다. 전임상에서는 오히려 항바이러스 효과가 안나오는게 이상할 정도. 제한된 환경에서 이상적인 실험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보도자료를 보면 내용은 '감염 능력 소멸', '의미있는 성과', '효능 확인', '~배의 항바이러스 효과', '효과 우수' 등과 같이 미사여구로 점철돼 있다. 러시아에서 개발됐다고 하던 코로나19 백신 역시 대규모 임상3상을 거치지도 않고 효능 홍보에만 열을 올렸던 사례다.
임상 단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대한 환상 내지 희망을 주기 충분한 것. PER(주가수익비율)이 수 천 배에 달하는 '비 이성적' 주가에 이런 제약사들의 임상 홍보가 전혀 무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 여러 차례 제약사 오너들의 비윤리적인 경영 형태나 경영 윤리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제약사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을 활용하는 것 역시 좀 더 경영 윤리 차원에서 검증될 필요가 있다. 거품이 가라앉고 난 후 이런 임상 홍보를 두고 주주를 위한 행보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제약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