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563만명 대상 6년간 추적 관찰 연구 결과 공개 120/70mmHg 이탈시 위험 증가 "보다 엄격한 기준 필요"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가진 건강한 성인이라도 혈압의 변화에 따라 신장 질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한 혈압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심장학회(ACC) 가이드라인 조정에 이어서 또 한번 국내 고혈압 기준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 현행 기준에 비해 조금 더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제언이다.
31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혈압과 신장질환(CKD) 위험성간의 연관 관계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0.35.e312).
지금까지 고혈압(HTN)이 만성 신장 질환(CKD) 환자의 악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온 바 있지만 건강한 신장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톨릭 의과대학 김영옥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신장 기능에 이상이 없는 건강한 성인 563만 8320명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과연 혈압(BP)의 변화가 건강한 신장에도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기 위한 것. 혈압 관리 가이드라인이 심혈관 사망률을 기준으로 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장질환 측면에서 위험도를 재평가한 셈이다.
그 결과 혈압의 변화는 신장 질환 발병에 주요 지표가 되고 있었다. 다른 변수를 제외한 로지스틱 회귀 분석에서도 혈압 변화에 따라 신장 질환 위험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축기 혈압을 기준으로 120mmHg 이하인 환자는 신장 질환 위험에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120을 넘어가면서부터 120에서 129mmHg인 환자는 위험이 1.03배, 130에서 139는 1.06배로 단계적으로 증가했다.
140mmHg을 넘어서면 이같은 위험성은 더욱 큰 폭으로 늘었다. 140~149mmHg의 환자는 신장 질환 발병 위험이 1.12배 높아졌으며 150~159mmHg은 1.19배가, 160mmHg 이상은 1.3배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완기 혈압도 마찬가지의 경향을 보였다. 79mmHg 이하의 환자들은 혈압 변화에 따라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80~89mmHg인 환자는 1.06배, 90~99mmHg은 1.14배로 역시 단계적으로 위험이 늘어났다.
또한 100~109mmHg은 1.22배로, 110mmHg 이상은 1.35배로 일정 이상의 변화부터 큰 폭으로 위험성이 늘어나는 동일한 경향을 보였다.
이렇듯 혈압에 따른 신장 질환 위험도는 현재 혈압 관리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140/90mmHg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심장학회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통해 130/80mmHg을 제시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
이로 인해 대한고혈압학회 등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개정판에서도 원안대로 140/90mmHg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심혈관 위험(CV)에 기준을 맞춰 세워졌다는 점에서 신장 질환 위험성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
수축기 120mmHg, 이완기 70mmHg을 벗어나는 폭이 넓어질 수록 신장 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위험성 관리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결국 이번 연구는 혈압이 신장 질환에 매우 중요한 위험 인자이며 혈압 관리만으로도 신장 질환 발생률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성인 신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 혈압 가이드라인들보다 보다 엄격한 수준인 120/70mmHg을 기준으로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