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그동안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의약계 강력한 반대를 정면 돌파해 한의계에 찬사를 받은 반면, 의약계에서 비판을 받은 공무원이다.
그는 지난 9일 한의약정책관 시절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의정 합의에서 4가지 사항에 대해 협의체에서 발전방안을 논의한다고 적시돼 있는데 그 부분은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결과를 바탕으로 첩약 보험이 적용될 때 안전성과 유효성 등 제기된 문제를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첩약 당사자인 한의협, 한약사까지 포함해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첩약 시범사업의 당위성을 고수했다.
이창준 국장이 보건의료정책관으로 직책이 바뀌면서 의정 합의 후속조치인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등 4대악 전면 재검토 그리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와 수련제도 개선 등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보건의료계 최대 인력풀을 자랑하는 몇 안 되는 공무원이다.
그는 보건부서 과장부터 굴곡이 많은 공무원이었다.
의사협회 노환규 집행부 시절 보건의료정책과장으로 재직시 2차례에 걸친 의정 협의를 통한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 의사협회 이사진과 대화 공개 파문 등으로 복지부 내부에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수년 간 저출산고령화위원회 파견과 복지부 복지 부서 과장을 지속하다 한의약정책관으로 전격 발탁해 이창준 국장의 귀환을 알렸다.
현재 공개채용 중인 한의약정책관은 전문직위제로 최소 3년 이상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직책을 유지해야 한다.
이창준 국장의 경우, 1년 이상의 잔여임기를 남기고 보건의료정책관으로 이동한 것은 청와대와 복지부 모두 현 난관을 돌파할 인물로 평가했다는 반증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정당성을 외치던 한의약정책관에서 의정 협의를 통해 대화와 타협 물꼬를 터야 하는 보건의료정책관 임명으로 정책과 협상 주체가 바뀌면서 세부전략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의료계 관계자는 "소통과 협상 고수인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이 향후 의료계와 협의 과정에서 첩약 급여화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면서 "한의약정책관이 공석인 상황에서 의료계가 반대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그대로 고수하기에는 협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헌주 건강보험정책국장 임명 배경도 적잖은 사연이 내포되어 있다. 이번 인사는 김헌주 국장 개인 입장과 함께 조직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실은 세종청사 4층 보건의료정책실장실 옆방에 위치하며 사실상 실장을 직속으로 보좌해야 하는 역할이다.
앞서 실장급 인사로 김헌주 정책관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 이어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주 정년퇴임한 노홍인 실장(행시 37회)과 이기일 현 실장(행시 37회)은 행정고시 기준으로 김헌주 정책관(행시 36회)보다 한 기수 아래 후배다.
노홍인 실장과 이기일 실장 모두 늦깎이 고시 합격으로 김헌주 정책관보다 나이는 많지만 연이어 후배 기수를 모시는 것은 개인과 조직 모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김헌주 정책관을 건강보험정책국장으로 자리를 이동시켜 이기일 실장 관할이나 직접적인 대면을 피하면서 서로의 면을 세워주는 묘수를 반영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동기동창인 염민섭 정신건강정책관(전남대 행정학과, 행시 39회)과 임을기 첨단의료지원관(전남대 행정학과, 행시 39회)이 신설된 정신건강과 첨단의료 국장급 부서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장 인사 발령 이후 보건의료정책관에 이창준 국장과 건강보험정책국장에 김헌주 국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복도 통신이 돌았다"면서 "이미 수차례 기수 파괴 인사가 이뤄졌지만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보건의료정책관을 행시 선배가 연이어 담당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부담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복지부 다른 관계자는 "실장 1순위였던 박민수 국장(현 복지정책관,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36회) 승진이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국장 인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 발령에 따라 직책에 관계없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운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