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포커스 질병관리청 569명 대폭 증원, 복지부 44명에 그쳐 복지부 내부승진 고무 "질병청 혁신 시급, 포스트 정은경 대비해야"
"보건복지부가 직제개편은 판정패 했지만, 첫 보건차관(제2차관)을 거머쥐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8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조직개편과 차관급 인사를 이 같이 평가했다.
관료를 경험한 그는 "복지부가 첫 보건차관을 절대 양보 안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동안 의사 전문가 하마평과 무관하게 복지부에서 많은 작업을 했을 것"이라면서 "조직 확대는 국 신설에 그쳤지만 보건차관 자리는 내부승진으로 첫 단추를 꿰었다는 점에서 복지부 내부는 잔치 분위기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는 12일 시행하는 보건복지부 복수차관과 질병관리청 조직개편 그리고 제2차관에 강도태 기획조정실장을, 질병관리청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직제개편은 복지부의 판정패로 평가됐다.
질병관리청은 기존 907명 정원에서 569명 늘어난 1476명(본청 438명, 소속기관 1038명)으로 42% 증원됐다.
차관급 청장과 실장급 차장을 포함해 5국 3관 41과로 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신설된 주요 조직은 감염병 발생 동향을 24시간 감시하는 종합상황실과 역학조사관 교육 관리 기능을 보강한 위기대응분석관, 의료감염 감시 및 백신 수급을 담당하는 의료안전예방국, 원인 불명 질병 발생 시 신속한 분석 대응을 위한 건강위해대응관 등이다.
복지부와 논란을 빚은 감염병연구센터는 질병관리청 소속 100명 규모의 국립감염병연구소로 격상됐으며, 수도권 등 5개 권역에 질병대응센터로 설치한다.
반면, 복지부는 보건차관 밑에 정신건강정책관(국장급) 신설에 그쳤다.
현 보건의료정책실을 총괄하면서 정신건강정책관과 보건의료인 행정처분과 인력 수급 등을 담당하는 의료인력정책과, 혈액 및 장기를 담당하는 혈액장기정책과, 정신건강관리과 등을 보강했다.
보건의료정책국과 별도인 국장급 첨단의료지원관 신설은 그나마 수확이다.
복지부 추가 인력도 44명에 그쳐 질병관리청 569명 증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복지부 증원 인력은 중앙사고수급본부에 배치된 76명을 합쳐도 총 120명으로 질병관리청에 비해 4배 이상 적은 규모이다.
복지부 내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공무원은 "직제개편은 국 신설에 그쳤지만 보건차관이 내부 승진으로 임명되어 다행"이라면서 "조직 확대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출신 보건차관 임명을 기대한 의료계는 허탈해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복지부 관료사회를 잘 아는 의사들은 "예상된 결과"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 파업이 보건차관 인사에 일정부분 작용할 수 있지만, 애초부터 복지부 실장 중 임명이 예견됐다"면서 "국 신설을 수용하는 대신 보건차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의료계 다른 관계자는 "보건차관 인사에서 아쉬운 점은 단순히 의사 출신이 임명되지 않았다는 부분도 있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닌 의료 현안을 함께 공감하고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결이 다른 공무원을 기대했다"면서 "청와대가 안 찾은 것인지, 못 찾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복지부 소폭 직제개편을 무마하기 위해 보건차관을 내부 승진시켰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질병관리청의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그동안 복지부 소속 기관으로 예산과 인사 등 모든 점에서 방어적 입장에서 독립부처로 탈바꿈한 만큼 새로운 부처로 거듭 나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계 관계자는 "독립된 질병관리청이 된 만큼 전문 인력 확충부터 사업 기획력과 추진력 그리고 예산을 자립해야 한다"면서 "복지부에 의존해 왔던 기존 관례를 조속히 탈피해야 한다.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정은경 청장 이후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이 과거 식약청이 식약처로 격상됐을 때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과 행정안전부 조직 확대 등을 발로 뛰며 직접 마련해야 한다"며 "수동적 자세를 보여 왔던 구태를 지속한다면 현재의 국민적 지지가 비판의 화살로 돌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