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정족수 162명 참석 여부 관심...변수는 코로나 장기화 불신임 안건 의견 분분...비대위 구성 여부도 뜨거운 감자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합의문을 독단적으로 만들어 냈다며 비판을 받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임기 중 세 번째 불신임(탄핵) 위기에 몰렸다.
특히 방상혁 상근부회장과 상임이사 6명이 동시에 불신임 위기에 몰리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진 상황.
앞서 주신구 제주대의원은 대의원 82명의 동의를 받아 임시대의원총회 개최를 발의했다. 안건은 ▲최대집 회장을 비롯해 방상혁 상근부회장, 상임이사 6명 불신임 ▲투쟁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비대위 운영규정 제정 건 등 총 5개다.
불신임 대상인 상임이사는 박종혁 총무이사, 박용언 의무이사, 성종호 정책이사, 송명제 대외협력이사, 조민호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 등 6명이다. 상근부회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직무는 불신임안 발의 즉시 정지됐다.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27일 오후 2시 그랜드 스위스 호텔에서 임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임총 발의 동의서를 모으는 시점부터 임총이 열릴 때까지는 보름 조금 더 걸렸다.
의결정족수 채워질까...코로나19·의학회가 관건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과 상임이사진 탄핵을 위한 대의원회가 열리려면 재적대의원의 3분의2가 참석해야 한다. 재적대의원 242명 중 3분의2인 162명 이상이 임총장을 찾아야 한다. 이 숫자를 채우지 못하면 주신구 대의원의 발의한 불신암 안건이 모두 폐기된다.
임총 개최 발의 시점부터 실제 개최까지 시간은 약 열흘. 갑작스럽게 일사천리로 행사가 결정되다 보니 대의원들도 일정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건은 의학회 대의원. 전체 대의원 중 의학회 대의원 숫자는 50명으로 직역 대의원 중에서는 가장 많다. 이들의 참석 여부는 의결정족수 도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제는 의학회 대의원은 대학병원 소속이라 참석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수가 모이는 자리에 가는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총에 참석할 예정인 A학회 이사장은 "갑작스럽게 열리다 보니 시간이 안 맞는 교수들이 많을 것"이라며 "대학병원들은 다수가 모이는 곳에 참석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부득이하게 간다면 미리 신고토록 하고 있어 참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임총 개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대의원의 불참도 무시할 수 없다.
임총에 불참할 것이라는 서울 B대의원은 "최대집 회장 임기 3년 내내 불신임 관련 임총이 열렸다. 여기에 들어간 시간과 그 비용은 어떻게 하느냐"라고 반문하며 "회장이나 집행부가 잘못할 수는 있는데,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회장인데 해마다 뒤집어 엎으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일침 했다.
이어 "탄핵을 세 번이나 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라며 "임총 그 자체가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과 임총에 대한 회의감으로 불참이 예정된 대의원이 있지만 지난해 12월 최대집 회장 두 번째 불신임 위기 당시 '연말'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재적대의원의 3분의2를 훌쩍 넘는 대의원이 참석한 전례가 있다.
당시 임총에서는 재적대의원 239명 중 204명이 참석해 최대집 회장 탄핵안 부결(반대 122표)에 힘을 실었다.
경상북도 C대의원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회원, 특히 젊은의사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며 "불신임안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비대위를 구성하든 말든 최대한 많이 모여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D대의원도 "임총 불참 전략은 위험하다"라며 "만일 하나라도 성원됐을 때 내 의견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의원은 회원을 대신한 존재이기 때문에 참석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를 표현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불신임 여부 의견 분분...일부 이사진 탄핵 무게
의정합의가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 의료계 내에서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최대집 회장도 젊은의사 의견을 보다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
어찌 됐든 합의문은 만들어졌고, 본격적으로 협상을 해야 할 시점에서 회장 및 주요 상임이사를 불신임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임이사진 중 일부나 상근부회장 불신임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북 C대의원은 "원인이 어떻든 앞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단합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최대집 집행부가 불신임이 되지 않았을 때 단합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지금 수장을 바꾸는 게 합당한지에 대한 의견이 대의원 사이에서도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E대의원은 "회장과 상근부회장은 그렇다 쳐도 상임이사까지 불신임하고 직무정지까지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누군가 중간에 대신 회무를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상근부회장을 포함해 이사진 한두명의 불신임은 이뤄지지 않을까"라고 귀띔했다.
비대위 구성 이목집중...운영규정 독소조항 발목
사실 이번 임총에서는 불신임 보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집 회장 및 상임이사진이 불신임 여부와 상관없이 비대위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상남도 F대의원은 "앞으로 이뤄질 협상에서는 의료계가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을 잘 지키면서 한 두 개 더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최대집 집행부는 못할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비대위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주신구 대의원이 직접 만들었다는 '비대위 운영규정'이 오히려 비대위 구성을 회의적으로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주 대의원이 만든 운영규정에는 비대위 조직부터 운영, 재정관리, 임기까지 적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임기와 재정관리 부분이다. 비대위 임기는 2022년 정기대의원총회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대의원총회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까지 달렸다.
재정관리 또한 '비대위 특별회계'를 신설한 다음 의협 투쟁 회비로 편성토록 했다. 회계의 책임과 권한은 위원장에게 있으며 협회 회장은 비대위 예산 편성 요청을 거부, 지체시킬 수 없다는 조항도 담았다. 이는 과거 예산 집행 과정에서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 사이 갈등을 겪었던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항이다.
경남 F대의원은 "최대집 회장 불신임을 찬성하는 사람 중에서도 비대위를 반대하는 여론이 있다. 운영 규정에 따르면 비대위 임기가 2년인데, 이렇게 되면 차기 집행부가 식물 집행부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거부감이 많다"고 꼬집었다.
경북 C대의원도 "비대위가 만들어지더라도 준비된 세력들이 준비한 규정으로 가는 것은 안된다"라고 선을 그으며 "3주 후 정기대의원총회가 있으니 비대위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규정을 만들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대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