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이상열 교수 당뇨병과 파킨슨병 유병율 상관 관계 입증 연구로 주목 "수많은 합병증 이제서야 관심…빅데이터 적극 활용해야"
"그 어느 분야보다 당뇨병 약물의 발전은 정말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서야 합병증이라는 새로운 광구가 열리고 있는거에요. 이제 그 부분을 파봐야 하는거죠. 그 길이 어느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요."
최근 당뇨병과 파킨슨병간의 상관 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1.6배나 높아진다는 연구다.
이 연구는 무작위 대조 임상 시험(RCT)이 아닌 빅데이터 연구로는 이례적으로 임팩트 팩터가 16을 넘는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지에 실려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인과 관계가 아닌 상관 관계만으로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드문 경우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그 시사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광구가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 의미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당뇨병과 파킨스병 상관관계 입증 "합병증 확산 가능성"
이상열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역학 연구만으로 당뇨병으로 인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상관성을 시사한 것"이라며 "향후 전향적 연구를 위한 초석이 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500만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혈당과 파킨슨병 발생 위험을 분석한 빅데이터 연구다.
연구 결과 파킨슨병 위험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공복혈당장애군은 3.8%, 유병기간 5년 미만의 당뇨병군은 18.5%가 증가했다. 특히 5년 이상의 당뇨병 환자군은 무려 위험성이 61.8%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히 강력한 상관 관계를 의미하는 부분. 하지만 이번 연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데는 상당한 걸림돌이 많았다. 보수적인 해외 저널의 기준 때문이다.
"리뷰에만 1년이 넘게 걸렸어요. 일단 전국민 건강보험체계와 산정특례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국내 의사들이야 건보공단 데이터, 파킨슨병 산정특례하면 딱 알아듣지만 해외 연구자들은 산정특례 코드만으로 그것이 어떻게 파킨슨병임을 의미하느냐는 의구심을 던지거든요."
이번 연구는 국가건강검진 데이터와 파킨슨병 산정특례 자료를 통합 분석해 변인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산정특례는 국가가 인정하는 일부 희귀, 난치성 질환 등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크게 줄이는 제도. 즉 산정특례 코드가 부여됐다는 것은 약물 처방이나 진단 코드 등에 비해 더욱 신뢰도가 있지만 외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인 만큼 일종의 의심을 받은 셈이다.
"그래서 통계 처리에 더욱 힘을 쏟았어요. 인과성이 아닌 상관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어요. RCT가 시작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니까요. 저널에서도 그 부분을 인정한거죠. 당뇨병에 더 많은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 하는걸요"
"당뇨병 경증질환 취급 위험…미치는 파장을 봐야"
실제로 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당뇨병이라는 질환을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두고 있다.
메트포민부터 DPP4를 거쳐 SGLT-2, GLP1까지 수많은 당뇨병 약물이 나오면서 마치 당뇨병이 경증 질환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미치는 파장을 본다면 절대 그렇게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상열 교수는 "우리나라의 예만 봐도 당뇨병이 경증으로 코드가 획일화 되어 있다"며 "당뇨병 하나만을 보면 약물의 발전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한 질병으로 가고 있지만 숲을 보면 절대 그렇게 치부해서는 안되는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당뇨병 합병증 연구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과거 대혈관질환이나 신질환, 족부 등에 국한됐던 당뇨병 합병증이 점차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 약물의 발전으로 당뇨병 그 자체에 대한 치료가 원활해지면서 이제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합병증과 삶의 질적인 면으로 연구가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
이 교수는 "SGLT-2 억제제로 심혈관 위험까지 아우르는 등 당뇨병 약물이 워낙 좋아지면서 사망률은 물론 임상 경과들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며 "그렇기에 예전에는 관심조차 줄 수 없었던 합병증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이제는 당뇨병과 암과의 인과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이번 연구와 같이 신경계, 퇴행성 등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새로운 광구들이 속속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임상 의사로서도 연구자로서도 더 많은 것을 고려하고 공부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당뇨병 자체를 컨트롤 하는 것을 넘어 그 수많은 합병증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새로운 근거들을 찾아가며 나아가 위험인자 관리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범위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정부 정책은 지나치게 좁은 시각에서 당뇨병을 바라보고 있다"며 "단순한 만성질환, 경증질환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경증과 중증, 기저질환적 측면을 모두 바라보는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내 연구 환경의 한계 결국 빅데이터는 가야만 하는 길"
사실 이번 연구 외에도 그는 알아주는 학구파다. 이미 당뇨병과 관련한 논문만 100여편이 넘고 현재 진행중인 연구만도 10여편이 넘는다. 그 중 상당수는 빅데이터 연구다.
그러한 면에서 그는 빅데이터 연구가 현재 국내 의학계의 특성을 고려할때 가장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꼽고 있다.
환자군이 적어 대규모 RCT 연구를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면 결국 가야할 길은 빅데이터 외에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상열 교수는 "사실 이번 연구만 봐도 대규모 청구 자료와 산정특례 코드가 있기에 가능했던 빅데이터 기반의 성과"라며 "전국민 건강보험 체계로 질병 데이터가 한 곳으로 모인다는 점과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건강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어 대규모 RCT를 진행할 만큼 대규모 환자군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글로벌 임상도 한계가 분명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그 또한 빅데이터 연구의 한계는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가야만 한다면 장점을 봐야지 단점을 들춰내면 한발짝도 떼지 못한다는 신념이 분명하다.
국내 현실에 맞는 좋은 도구가 있는데도 막연하게 RCT가 가진 장점과 비교만 하는 것은 소모적인 논란만 가져온다는 신념이다.
이 교수는 "물론 RCT가 학술적으로는 더 높은 근거 수준을 갖는 것이 분명하지만 빅데이터 연구가 가지는 분명한 장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장점은 보지 않고 단점만 들춰내서는 한도 없고 끝도 없는 논쟁만 지속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RCT는 실패하면 끝이지만 빅데이터 연구는 수많은 가능성을 포함하며 다양한 연구의 기반이 되는 액셔너블(Actionable)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며 "향후 보건의료정책 수립과 연구 방향성 설정 등에 매우 큰 값어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