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국감서 지적…심사 처리기간만 평균 761일 증거능력 없는 심사문서 한계에 미결건수 약 4만건 육박
보험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아 수행 중인 입원 적정성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가 늦어지면서 보험사기 수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인데, 최근 몇 년 간 국정감사 때마다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22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원적정성 심사 미결건수는 2015년 3300건에서 2020년 8월 3만 5905건으로 10.8배 증가, 평균 처리일수도 98일에서 761일로 7.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적정성 심사는 심평원이 보험사기 행위 적발을 위해 경찰이 의뢰한 보험계약자 등의 입원이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심사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의뢰를 접수하면 심평원이 내·외부 자문회의 및 공공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적위원 과반수 참석, 참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 수사기관에 결과를 통보하는 구조다.
하지만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에 따른 문서가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대법원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 과정에서 경찰에게 심평원이 제출한 '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형사소송법 상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낸 바 있다.
즉, 심평원의 문서가 증거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
문제 해결을 위해 심평원은 이를 전담할 의료인 출신 전문위원을 채용, 심사와 향후 증인출석 등 사후관리 업무를 맡기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백 의원은 향후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심평원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보험사기 업무 절차 중에 다른 수사기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허위입원과 달리 과다입원의 경우 전적으로 심평원의 심사의견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심평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며 "보험 사기범 적발강화를 통한 사회정의 확립 및 '보험범죄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