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 치료까지도 무조건 서울을 포함한 '대형병원'만을 찾는 문제를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매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보건‧의료제도 개선 공약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데다 정부도 항상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 가운데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신약 '임상시험' 분야에서도 대형병원 쏠림이 두드러진다.
최근 면역항암제 이슈를 타고 다양한 항암 신약들과 후보물질 임상이 주로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말기암 환자로서는 기존 제도권 내 있는 치료제로는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는 것이 개발 중인 신약이나 후보물질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말기암 환자들은 해당 신약의 임상시험 대상에 들기 위해 수도권 대형병원을 전전하는 일은 그들 사이에서 비일비재하다. 임상시험 기회만 얻어도 행운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나마 지난 몇 년간 국가사업으로 '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이하 정밀의료사업단) 등이 운영되면서 임상시험 기회를 애타게 원하는 말기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안겨줬을 정도다.
특히 고대의료원 산하로 진행된 정밀의료사업단의 경우 2017년부터 올해 초까지 8271명의 암 환자를 등록, 이들에게 다양한 임상시험을 제공했다. 암 환자의 유전체를 수집, 이들에게 전국의 대형병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임상시험을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문제는 국가예산으로 진행되는 탓에 두 사업 모두 언제까지 운영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 한 임상시험 기회를 찾아 수도권 대형병원을 헤매는 말기암 환자 혹은 희귀질환자들의 호소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항암신약들이 쏟아지면서 건강보험 적용을 원하는 말기암 환자들의 요구가 거세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모든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순 없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국의 대형병원들이 많은 신약 임상시험을 유치, 환자들에게 다양한 신약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말기암 환자들과 희귀질환자의 다양한 신약 접근 기회를 늘릴 방안이 없을까. 능동적인 정부 정책과 이를 통한 전국의 대형병원의 임상시험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