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만 치료제 시장 팽창 속 대형 품목 위주 매출 성장 기록 식약처 향정약 관리 강화 방안·세마글루타이드 허가가 향후 관건
지난해 코로나라는 전대 미문의 감염병이 전국을 강타한 상황에서도 비만약 시장은 여전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 속에서도 개원가에서 맹위를 떨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에 더해 '큐시미아(성분명 펜터민+토피라메이트)'까지 가세하면서 명실상부한 '투 톱' 체제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포함한 규제 당국에서 식욕 억제제의 오남용을 우려, 처방기준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6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 상황으로 의약품 처방시장이 위축된데도 불구하고 비만 치료제 시장은 성장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을 주도한 것은 2019년부터 시장을 장악한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다. 한 때 '살빠지는 주사'로 열풍이 불었던 삭센다는 지난해 3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시판 중인 비만치료제 중 매출 규모면에서 단연 1위였다.
하지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단연 매출 1위를 기록했더라도 걱정거리는 존재한다.
전년인 2019년보다 매출이 13.6% 줄었기 때문이다. 아이큐비아 통계로 살펴보면, 삭센다의 2019년 매출은 426억원으로 1년 사이 약 60억원이나 매출이 감소했다.
이 같은 매출 감소는 그 사이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2019년말 현존하는 비만약 중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큐시미아'가 국내 시장에 발을 딛은 것.
'큐시미아'는 발매와 동시에 2020년 225억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단숨에 국내 비만 치료제 매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폭발적인 성장세다.
큐시미아는 식욕 억제제 펜터민(phentermine)과 뇌전증약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복합제로 두 성분이 체중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의원 처방 시장에서 급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구 약물임에도 향정신성 약물 성분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고 장기 처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처방 시장에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
그 사이 나머지 경쟁 약품들의 매출은 부진했다. 대웅제약 '디에타민'다 작년 매출은 92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줄었다. 휴온스의 '휴터민'(61억원)과 알보젠코리아의 '푸링'(51억원)도 전년보다 매출 규모가 각각 1.6%와 3.8%씩 감소했다.
비만연구의사회 임원인 서울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2년전부터 삭센다 처방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며 "특히 작년 큐시미아가 국내에 본격 들어오면서 처방 시장이 재정립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삭센다가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강력한 게임체인저로서 시장을 점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삭센다‧큐시마아 투톱…식욕억제제 기준 강화에 기존제품 '위축'
이 가운데 식약처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 의료용 마약류 식욕 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을 강화하면서 비만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앞서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인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주성분으로 하는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4주 이내 처방을 원칙으로 최대 3개월을 넘지 않도록 했다. 펜터민/토피라메이트(복합제)의 경우에만 7개월 처방이 가능하다.
여기에 식약처는 지난 2월 마약류안전심의관리위원회에서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을 기존 25kg/㎡ 이상에서 BMI 30kg/㎡ 이상으로 개정해 의결했다.
동시에 BMI 27kg/㎡ 이상인 외인성 비만환자에서 운동, 행동수정 및 칼로리 제한을 기본으로 하는 체중 감량 요법의 단기간 보조요법으로 식욕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BMI 25kg/㎡ 이상인 환자에서 비약물치료료 체중감량에 실패한 경우에도 식욕 억제제 처방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식욕 억제제 기준 강화로 기존 삭센다와 큐시미아의 처방 경쟁 체제가 굳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연구의사회의 임원은 "삭센다는 당초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임상에서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조절하고 공복감과 음식섭취를 줄이는 효과를 확인하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처방되고 있는 것"이라며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결국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약품들과 결국 상호 보완적 성격으로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큐시미아 외에는 나머지 식욕 억제제 품목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며 "규제 당국이 향정으로 분류되는 식욕 억제제 기준을 강화하면서 삭센다와 큐시미아 투 톱 체제를 이끄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가 국내에 상륙한다면 이 같은 투톱 체제가 재편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대규모 임상 시리즈 PIONEER-2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치료 52주째 무려 4.7kg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SUSTAIN 임상도 마찬가지. 이 임상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는 52주째에 평균적으로 5kg 이상(-5.3kg, -5.1kg, -5.0kg)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주목받았다.
비만연구의사회 임원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최종 임상을 거쳐 국내 상륙할 때까지 기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임상 결과를 본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기존 삭센다를 처방하던 의사들 사이에서 세마글루타이드로 변화하는 바람이 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삭센다를 통해 비만 주사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이 덜해졌다"며 "약가면에서도 현재 미국에서 삭센다가 세마글루타이드보다 더 비싸다는 점에서 효과와 가격면에서 향후 변화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