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는 모든 사람들이 탐 내고, 세상의 모든 권력을 지배할 정도의 막강한 힘을 지녔다. 영화에서 절대반지를 끼면 그 결과가 어쨌든 간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고, 자신이 꿈꾸던 것을 이루게 된다.
최근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임상시험 과정과 조건부 허가. 그리고 건강보험 급여를 위한 과정을 바라볼 때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가 생각이 난다.
그동안 제약업계를 넘어 의료계까지 염원하던 국산 항암신약 개발이라는 기대대로 렉라자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렉라자는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건부 허가를 한지 한 달 만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다음단계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도 급여의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다른 약제였으면 1년이 걸렸을 과정을 렉라자는 단 4개월 만에 통과한 셈.
이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60일 안에 약가협상에서 합의를 본다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 안에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 시장에서 타그리소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렉라자의 이 같은 패스트트랙은 국산 항암신약이라는 타이틀이 아니었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그만큼 보건당국이 렉라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한 경쟁사 관계자들이 렉라자의 이 같은 과정을 바라보면서 '특혜' 아니냐는 질투 섞인 평가를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렉라자는 그동안 임상시험과 식약처 허가, 건강보험 급여과정을 밟으면서 국내 제약산업 역사에서 R&D를 상징하는 국가대표가 됐다. 유한양행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항암신약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았다.
앞으로 유한양행은 기존 국내 제약사들이 해온 바 없던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직접적인 경쟁의 길을 걸어야 한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처방시장에서 누구나 알법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항암제 마케팅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기존에 해오던 전통적인 영업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의료진에게 접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렉라자가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다른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일종의 신약개발에 이은 상업화의 모델로 국내 제약산업 역사에 남을 것이다.
최근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는 등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자 이를 기념하자는 의미로 전 직원들에게 상품명이 새겨진 금반지를 지급했다. 그만큼 국산 항암신약 개발이 회사 측에게는 큰 자부심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유한양행이 금반지를 끼고 반지의 제왕에서의 절대반지처럼 렉라자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