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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라자 초고속 급여 등재 가시화…약가 결정만 남았다

발행날짜: 2021-04-10 05:45:58

심평원 암질심‧약평위 허들 통과…타그리소 유사한 약가 설정 관심
유한양행, 종양‧호흡기 중심 영업‧마케팅…외자사 준하는 조직 구성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초고속 급여 등재가 현실화되고 있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만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올해 하반기 처방 시장에서 폐암 2차 치료제로서 동등하게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공교롭게도 경쟁 약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폐암 1차 치료제로서의 급여 확대에 실패한 다음 날 렉라자가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두 약제의 입장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유한양행 항암신약인 렉라자 제품사진이다.


렉라자 약가에 쏠린 눈, 타그리소와 유사할까

렉라자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환자(NSCLC)에게 쓸 수 있는 3세대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3th TKI)로 지난 1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은 후 지난 2월 24일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2차 치료제로서 인정받았다.

이후 한 달 만에 약평위에서 급여적정성까지 인정받으면서 패스트트랙 건강보험 급여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

앞으로 건보공단과 60일 안에 약가협상을 벌인 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약가가 확정되면 정식으로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돼 올해 하반기에는 폐암 환자들이 처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과연 렉라자의 약가 수준이다.

일단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서 국내 처방시정을 독점하고 있는 타그리소에 준하게 약가로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현재 타그리소는 40mg 11만 6563원, 80mg 21만 7782원으로 등재돼 있다. 적어도 렉라자의 약가도 타그리소 수준은 돼야한다는 것이다.

주요 표적항암제의 국내 매출 현황이다.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급여권에 본격 포함된 시점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매출이 급격히 성장해 지난해 1000억원 대를 넘어섰다.(자료출처 :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렉라자 임상시험 총괄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이기도 한 연세암병원 조병철 교수(혈액종양내과)도 "3상 임상시험 데이터가 발표되기 전이지만 약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고려했을 때 타그리소에 준하는 약가를 받아야 한다"며 "국산 항암신약이라고 해서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의 손으로 개발됐지만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 기술수출 돼 글로벌 임상이 진행되는 약제"라며 "국가의 신약 인프라를 발전시켜 이를 환자에게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선 경쟁약제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정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고대안암병원 김열홍 교수(종양내과) 역시 "퍼스트(1st) 라인을 보여주고 보조 항암치료로서의 효과를 입증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타그리소에 국산 신약이 경쟁 구도에 선 것은 굉장한 의미"라며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관건은 약가일 텐데 적정한 약가만 설정된다면 국내에서는 분명 글로벌 제약사의 품목들과 겨뤄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한양행, 병원 마케팅 물밑작업…외자사 경쟁 본격화

이 가운데 유한양행은 렉라자 조건부 허가를 기점으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전방위 마케팅‧영업활동을 예고한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인 유한양행 입장에서는 기존에 해오지 않던 새로운 영업‧마케팅으로 승부해야 하는 입장. 항암제 처방 시장은 줄곧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 온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이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진행되던 과거 영업 방식을 택해서는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미 의료계 내에서는 유한양행 측 영업‧마케팅 직원들이 일선 대형병원 종양내과와 호흡기내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렉라자 허가에 따른 향후 계획들을 안내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려오고 있다.

지난 2월 초 유한양행이 개최한 렉라자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이다. 의료현장에서는 렉라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기존에 해오던 접근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을 펼쳐야지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현재는 유한양행 측 직원들이 렉라자의 허가 과정을 소개하고 인사하는 수준이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 항암 신약을 자체 개발한 역사가 없기에 생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항암제는 일반적인 다른 의약품의 영업‧마케팅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해온 영업‧마케팅 방식을 학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암제는 대부분 신약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근거와 논문, 약을 접할 수 있는 임상시험 등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영업사원이 의사를 만나 설명하는 마케팅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은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의사와 환자들이 해당 약제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주요 학회에서 발표하는 방식을 마케팅 방안으로 삼았다. 이를 간접적으로 터득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올해 초 렉라자 영업‧마케팅을 전담하는 조직을 구성한 상황이다. 해당 조직에는 주요 글로벌 제약사에서 항암제 마케팅을 전담한 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로슈 등 주요 항암제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조직을 벤치마킹해 항암제 전담 의학부도 신설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모습이다.

유한양행 마케팅 4팀 소순용 이사는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이 해오던 전략을 펼치면서 추가적으로 또 다른 방식의 접근을 구상하고 있다. 결론을 말한다면 학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마케팅 조직에 더해 10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전국적인 영업‧마케팅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명의 전담인력 모두 항암제 마케팅 경험이 있는 인력들로 국내 글로벌 제약사들의 조직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며 "별도로 전문가들로 포함된 항암제 전문 의학부(Oncology Medical Affairs)를 신설했다. 구조 자체가 이제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견줘도 손색 없을 만큼 갖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