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리버위크에서 국내 최초 분석 연구 결과 공개 23만명 분석 결과 정상인 대비 65%…항바이러스제도 영향
만성 B형 간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정상인에 비해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이 크게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특정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감염 위험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확장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 등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더 리버위크(Liver week)에서는 B형 간염과 코로나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화기내과 강성희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코로나가 간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기획됐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가 간손상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등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의 2~11%가 만성 간질환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스페인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B형 간염 환자들이 오히려 코로나 감염 위험이 낮았으며 악화 등 예후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코로나가 국내에 상륙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 B형 간염 환자 23만명을 대상으로 과연 코로나와 어떠한 상관 관계가 있는지를 추적 관찰했다.
B형 간염이 과연 코로나 감염률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코로나 감염 후 예후에 악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23만명을 분석한 결과 이 중에서 코로나 양성 환자는 8천명으로 집계됐으며 음성은 21만명으로 조사됐다.
다른 요인을 모두 제외하고 감염 위험을 분석하자 오히려 B형 간염 환자들이 정상인에 비해 양성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 위험이 6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예후가 안좋을 것이라는 예측도 완전히 빗나갔다. 미세하게 정상인보다 위험이 높아지긴 했지만 사망률이나 악화율은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경향은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만성 B형 간염으로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중인 환자의 경우 코로나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49%에 불과했기 때문. 사실상 절반도 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약제별로는 일정 부분 차이가 나타났다. 상당수 B형 간염 환자들이 복용하는 항바이러스 제제인 엔테카비어의 경우 위험이 44%로 줄었고 테노포비어도 50%로 위험이 감소했지만 아데포비어의 경우 1.78배 위험이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중증 악화나 사망률 또한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다. B형 간염으로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중인 환자들이 코로나 감염시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은 1.09배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러한 위험은 사실상 통계적으로는 영향이 없었다(P=0.88).
연구 결과를 발표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화기내과 강성희 교수는 "B형 간염 및 항바이러스 제제의 복용과 코로나 감염 위험 등의 상관 관계를 규명한 첫번째 연구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명확하게 만성 B형 간염 환자와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중인 환자들이 코로나 양성률이 크게 낮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명확한 기전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간에 상호 작용이 영향을 준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