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는 격오지 노인, 장애인들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의료기사에게 환자를 의뢰 또는 처방권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기사법을 두고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논란이 된 것은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현행법에는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진료나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잉규제로 현행 의료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공통된 입장.
남 의원 등 17명의 의원들은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격오지에서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하려면 제도를 개선해 의료기사에게 처방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의료기사의 정의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를 받아'라는 문구를 '의뢰' 또는 '처방'으로 변경, 이를 허용하도록 했다. 다시말해 의료기사도 지역적 상황에 따라 의사를 대신해 의뢰 또는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그러자 노인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계에서 즉각 반대에 나섰다.
대한재활의학회는 21일 "많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재활의학회는 "한정된 분야의 자격만 인정받은 의료기사가 단독행위 진료나 검사를 수행할 경우 국민건강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질 낮은 의료서비스는 물론 기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활의학회는 "현행법 취지에 반하는 내용으로 현행 면허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면서 의료인과 해당 의료기사간 갈등 이외에도 다른 관련 의료 직역간 다툼으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재활의학회는 이어 "의료기사의 정의가 변경되면 그 책임소재 또한 불명확해 의료행위 주체간 갈등이 발생해 사회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앞서 유사한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있었지만 번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한 바 있다.
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도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에 결사반대 입장을 분명히한다"면서 성명서를 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는 모든 행위에 대해 책임과 권한이 함께하므로 의료기사 지도 또한 단순히 의뢰와 처방 이외 그에 대한 감독 및 책임이 동시에 있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열악한 의료환경개선 및 의료전달체계와 공공의료의 확립이 선행되지 않은 탁상공론적이 고 전시적인 행위에 분노한다"면서 "이 법안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