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씁쓸하고 송구하지만, 인천 21세기병원의 인증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법률자문도 받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추후 인증항목에서 불법행위 관련 평가항목은 없다보니 난감하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임명진 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만남에서 최근 인천 척추전문병원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사태와 관련해 인증기관장으로서의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행 의료기관 인증평가 항목에 대리수술 등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한 항목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상황. 그렇다보니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대리수술 사례를 인증과정에서 걸러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료기관 인증에서 대리수술을 차단하고 적발하는 기준은 없다"면서 "일부 (평가항목을)강화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현재 인증평가 규정에서는 21세기 병원은 인증취소 의료기관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리수술 사태로 사회적 파장이 크지만 현재 정해진 잣대로는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인증평가 기준조정위원회를 통해 '대리수술' 등 위반행위에 대한 항목을 포함할 것인지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증원 황인선 정책개발실장은 "마침 올해 급성기 의료기관 관련 기준조정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라면서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실제로 인천 21세기병원 대리수술 사태가 알려진 직후인 지난 5월 25일, 현지조사를 나간 인증원 윤순영 인증사업실장은 "수술 관련 동의서 등 인증기준에 따라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무기록이 잘 작성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지조사에서 수술기록지 등에 집도의 이름, 수술시작 및 종료시간은 확인했지만 수술장에 집도의 이외에 수술장에 누가 들어갔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항목은 없어 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어 "인증원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CCTV를 직접 확인할 순 없다. 또 현재로서는 인증을 취소할 사유가 발견되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이후 경찰조사나 검찰수사 등이 종료된 이후에 불시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영진 원장은 "현재 의료기관 인증은 이미 정해진 평가기준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를 두고 논하면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복지부와 협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 '인증'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면서 "사실 지금까지는 사회적으로 의료기관 인증평가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게 사실이었지만,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인증' 확산의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