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총-의학한림원 공동 토론회에서 전문가들 한 목소리 정신의학·심리학적 접근 필요성 강조…"정보 전달로는 한계"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백신 망설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과 더불어 정신의학과 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단순히 백신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망설임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이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주치의의 역할이 대두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7일 오후 '코로나 백신 망설임과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주제로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백신 망설임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먼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 백신의 혜택은 부작용 등의 문제를 월등하게 앞선다는 것을 전제로 제시했다. 다만 백신을 통해 도달하는 목표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그 어떤 국가의 사례를 봐도 백신의 효과는 명백하며 이는 각 지표와 수치를 통해 증명된다"며 "하지만 백신을 통해 가야할 목표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다수 국가들이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과 감염 예방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 그 개념은 버려야 한다"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며 특별하지 않은 하나의 감염병으로 만드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백신 망설임은 분명하게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했다. 과학자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일반인의 인식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백신의 효과성은 충분히 입증됐지만 부작용의 인과 관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괴리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인과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전문가들의 소극적인 태도, 무분별한 보도 행태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악마의 존재는 악마를 보여주면 가능하지만 악마가 없다는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악마의 증명 논리처럼 어떤 사망 원인과 백신과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며 "결국 백신 접종이 유병률이나 사망률을 증가시키지 않았느냐를 확인하는 방법 뿐이지만 이를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러한 어려운 문제들을 대중에게 설명하고 지적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보다는 정신의학, 심리학적 요인들을 분석해 접종률을 높여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과학적인 내용들을 주입식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소통의 방식을 넓혀 그들이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허지원 교수는 "현재 백신에 대한 음모론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며 "보다 자극적인 컨텐츠를 통해 구독자를 늘려야 수익으로 연결되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특성상 안티 백신을 컨텐츠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의사 등 과학자들도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대중을 향한 메시지 전달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심리학적으로 관련 지식이 부족할 수록 음모론에 빠지기 쉬운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주치의의 역할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강조했다. 백신 망설임과 음모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치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백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알리고 비용과 장소 등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치의들이 적극적으로 환자와 소통하며 백신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상훈 교수는 "결국 백신 망설임과 음모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시부여소통법을 통한 소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순히 백신에 대한 사실만 전달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이는 만큼 면담 방식의 협력적 대화법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설문 결과 코로나 백신에 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자로 80% 이상이 주치의를 꼽았다"며 "결국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주치의들이 백신 망설임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동기 부여 면담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