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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하나 더 써주시죠" 독감백신 끼워팔기 영업 눈총

발행날짜: 2021-08-10 05:45:57

독감백신 계약 시즌 들어 병‧의원 중심 수급 불균형 '하소연'
일부 제약사, 공급 빌미로 자사 의약품 처방 요구 사례 성행

"저희 약물을 처방 하지 않으시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공급이 어렵습니다."

본격적인 독감백신 접종 시즌을 앞두고 지난 7월부터 진행됐던 병‧의원들과 제약사 간의 물량 공급 계약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최근 수급 불균형 현상이 벌어지면서 의료계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이 독감백신 계약의 대가로 소속 제약사 품목을 추가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른바 '끼워팔기'에 나서면서 눈총을 받고 있는 것.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10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병‧의원을 중심으로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노인 NIP 물량을 제외한 일반접종과 소아청소년 NIP 독감백신에 대한 계약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근 독감백신을 둘러싼 수급 불균형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는 지난해 국내에서 독감백신 생산과 매출 1위였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 백신 개발이 집중한다는 이유로 독감백신 중단을 선언한 데에 따른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2020년 생산실적 현황 자료를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프리필드시린지' 생산 금액은 1647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중 가장 큰 실적을 거둔 품목이다.

현재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고 GC녹십자와 보령바이오파마, 일양약품 등이 독감백신 공급에 참여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일반 접종용 독감백신 공급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 소속 A이비인후과 원장은 "일부 도매상은 독감백신을 반품불가로 판매하고 있다. 동시에 올해 물량 부족이 예견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제약사 영업사원 말대로 억지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막상 독감백신을 구하려고 할 때 찾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제약업계도 독감백신 물량 부족에 따라 일선 병‧의원 중심으로 수급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일부 제약사 영업사원은 독감백신 공급을 약속하는 대신에 자신들의 의약품 처방의 병‧의원에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독감백신과 함께 소속 제약사의 품목을 '끼워 팔기'하는 형태. 독감백신 물량 계약을 두고서 병‧의원과 제약사 영업사원 간의 '갑을 관계'가 뒤바뀐 셈이다.

한 국내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시장논리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독감백신 수요와 공급이 완전히 틀어진 형국"이라며 "현재 병‧의원 입장에서는 독감백신 일반 물량을 구할 수 있냐, 없냐가 고민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독감백신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생산된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공급을 요청하는 병‧의원은 여전한 상태"라며 "이로 인해 처방이 많은 거래 병‧의원을 중심으로는 자사 의약품 처방 약속과 독감백신 공급을 약속하는 영업형태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