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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백신 허브 선언한 정부...제약업계 “말처럼 쉽나”

황병우
발행날짜: 2021-08-19 05:45:59

정부 지원 현실화 물음표…"믿음 줄 수 있는 유인책 필요"
백신 무역수지 4년째 적자 기록…폭넓은 관점의 지원 강조

정부가 백신 허브 구축을 바이오산업의 최우선 순위로 선언했지만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5년간 총 2.2조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앞선 사례들로 볼때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이고 있는 것.

결국 신뢰를 줄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으로 특히 단기적 성과를 넘어 지원의 지속성 등 장기적 관점에서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5일 오후 청와대와 정부 서울·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K-글로벌 백신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 복지부

정부는 지난 5일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며 내년 상반기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진입이 예상되는 임상 3상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5년간 총 2.2조 원을 투자해 K-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을 위한 코로나19 국산 백신 신속 개발, 글로벌 생산 협력 확대, 글로벌 백신 허브 기반 조기 구축 등을 3대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정부의 선언에 대해 제약바이오업계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갑자기 이러한 선언을 해 봤자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것이 공통된 전언.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게 코로나 백신이긴 하지만 백신 개발이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야할 것으로 본다"며 "백신 개발이라는게 기초 연구부터 많은 부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간이 길어질 경우 문제가 생길 여지도 다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백신을 포함해 바이오 산업 전체와 관련한 로드맵을 정확이 그려야한다"며 "가능성만 가지고 단기간 성과에 초점을 맞춘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구상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K-글로벌 백신 허부와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 자료 일부 발췌

다만 이들도 국산 백신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바이오협회는 '무역관점에서 본 글로벌 백신 공급망 현황'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우 백신 무역 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있어 백신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의 백신 글로벌 교역은 증가 추세에 있지만 수출보다는 수입이 많은 상황으로 무역수지가 최근 4년간 마이너스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식약처가 지난 1일 발표한 바이오의약품 상위 10개 품목 생산 및 수입 실적을 보면 우리나라가 해외로 수출하는 백신은 주로 독감 백신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백신은 프리베나13(폐렴구균), 가다실9(자궁경부암) 등 주로 특정 질환에 대한 백신이었다.

결국 코로나 대유행을 계기로 백신 자급화, 백신 원부자재 확보 등에 대한 필요성과 시급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백신 허브의 전략을 수행하려면 코로나 백신 외에도 다른 백신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보고서 일부 발췌.

바이오협회는 "백신 개발에는 원천기술과 생산 인프라가 필요하고 임상시험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경험, 비용이 필요하다"며 "백신 원부자재에 대한 안정적인 확보와 고부가 백신 개발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정부의 전략을 두고 산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정부가 밝힌 '5년간 총 2.2조'라는 투자금액이 실제로 손에 잡히는 지원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여러 정부가 바이오 육성과 지원에 대해 밝혔지만 실제 실현 여부를 보면 회의감이 든다"며 "백신 전문가로서 정부의 지원책은 당연히 찬성하지만 그간 일관성 있게 대응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약으로 나왔던 내용이지만 지속성은 하나도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R&D를 하려면 연구자나 기업에게 연속성이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줄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발표한 정부 코로나19 국내 치료제/백신 개발 임상지원 집행현황 일부 발췌.

특히,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바이오의약품 산업 분석 및 정책 연구에서도 정부의 R&D 예산 투자가 특정 파이프라인 개발 에 집중된다는 점과 쉽게 기술이전 할 수 있는 과제 중심의 투자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된 만큼 큰 틀에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5년간 2.2조라는 예산이 많아 보이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많은 예산은 아니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끌고가는 데는 한계가 분명이 있을 걸로 보고 펀드를 더 크게 만들어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상임부회장은 "정부에서 바이오산업 특히 백신 산업을 국가의 큰 아젠다로 만들고 진행하는 거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본다"며 "하지만 전체적인 예산이나 세부 전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긴 안목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