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건정심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 변경안 보고 위탁의료기관 접종 시행비 건보재정 지출 결정 여파
정부가 하반기 코로나19 백신접종 일정을 앞당기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건보재정은 정말 괜찮을 것일까.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부의안건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 변경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지난 6월 17일, 위탁의료기관 접종 규모를 확대하는 등 하반기 백신접종 계획을 변경한데 따른 추가적인 접종 시행비가 지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2월 당시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총 2,630만명분)은 일선 위탁의료기관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총 3,006만명분)은 예방접종센터로 각각 나눠서 접종했다.
하지만 정부는 6월 17일 접종 계획을 전환, 3분기부터는 5종 백신을 약 8,000만회분을 공급하고 보다 신속한 접종을 위해 예방접종센터 이외 위탁의료기관으로 확대키로 했다. 기존 5,000만회분에서 3,000만회분을 늘린 셈이다.
또한 AZ백신 부작용으로 하반기 접종은 화이자와 모더나를 중심으로 접종키로 전환하고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을 추가로 구입해 9월말까지 3,600만명을 대상으로 1차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를 다시 잡았다.
이를 달성하려면 9월말까지 약 2782만회 즉, 1일 90만회를 실시해야한다. 현재 예방접종센터 1일 최대 접종규모는 24만회, 위탁의료기관은 160만회인 것을 감안하면 목표달성이 가능한 수준.
문제는 재정이다.
통상적인 국가예방접종사업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액 예산 부담해왔다. 하지만 지난 1월 건정심에서 코로나19 재난상황을 고려해 올해 말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한시적으로 건강보험으로 지원키로 결정한 것이 건보재정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처럼 접종 계획을 변경하면서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하는 인원은 당초 1,500만명에서 3,364만명으로 1,864만명 늘었다.
위탁의료기관이 대거 접종에 나서면서 접종 속도는 빠르게 늘었지만 정부가 지불해야하는 접종 시행비도 증가했다.
접종인원 3,364만명 기준 총 접종 시행비는 1조 2,739억원. 이중 건보공단 부담금은 8,917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5,338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국비에서 지출은 1,534억원에서 3,822억원으로 2,288억원 늘린데 그쳤다.
특히 상반기까지만 해도 위탁의료기관 접종 시행비의 건보공단 부담금은 총 1,439억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 하반기 접종이 가속화될수록 건보재정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앞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국가 정책상의 무상 백신사업 등은 일반회계재원 즉 국고로 해야한다"면서 보장성 강화에 투입해야할 건보재정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 중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측도 건보재정 적자 최소화 방안 및 재정 건전성 확보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 1월 열린 건정심에서 기재부 측은 재난지원금 등으로 막대한 지출을 한 상태로 국비 추가 부담이 발생하면 채권 발행 등 미래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백신접종은 건보재정을 투입하자는 입장이다.
이날 건정심에서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나서고 있는 의료인력의 처우개선을 위한 한시적 수가(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감염관리 지원금) 지급 연장이 또다시 무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문제는 재정이다.
앞서 1차 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건정심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재논의 끝에 통과시킨 데 이어 2차 지원금 지급을 두고도 거듭 발목이 잡혔다.
1차 지원금 지급에 반대했던 건정심 위원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보건의료 인력에 추가적인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고를 투입해야지 건강보험 재정으로 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예방접종 계획을 단축함과 동시에 부스터 샷 접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접종 시행비를 건보재정으로 유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코로나 용사라고 떠들지만 정작 코로나 인력 처우개선을 위한 지원금조차 지불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