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환자 대상 필요성 인정…성인 '임상적 효용성' 추가 검토 의학계 "의학적 타당성 존재하지만…재정 고려 안할 수 없다"
보건당국이 노바티스의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에 대한 급여 논의에 제동을 걸자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이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급여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보건당국이 세계 최초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인 킴리아 논의를 '보류'한 배경은 무엇일까.
7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1년도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 킴리아주를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통과를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리아주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면역세포(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전정보를 도입한 후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의 항암제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인정받았다.
적응증은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과 '소아 및 젊은 성인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이다.
이 가운데 암질심에서는 킴리아 논의를 진행하면서 '성인'과 '소아' 급여 필요성이 이견이 존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소아'의 경우에는 치료효과 등 임상적 유용성과 추가적인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급여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킴리아를 통해 치료를 받은 소아의 기대 수명과 함께 급여를 통해 이들이 감당해야 할 '재난적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측면에서라도 급여 필요성이 존재하다는 것이다.
소위 중증질환으로 인한 가정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소아는 고가인 약값을 건보 재정으로 부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킴리아 주요 적응증인 소아 환자의 부모 세대가 주로 30~40대란 점이 급여 필요성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암질심 위원은 "소아의 경우 킴리아 치료로 완치가 된다면 기대 수명이 수십년이다. 만약 급여가 되지 못한다면 이들의 부모가 감당해야 치료비는 수억원에 이른다"며 "이들의 세대가 대부분 30~40대로 사회의 자리를 잡지 못한 세대일 수 있다. 결국 해당 가정은 완전히 파탄이 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이 같은 관점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급여 논의에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취재 결과, 암질심에서는 소아와 달리 성인의 경우 기대수명에 따른 효과 등 임상적 효용성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의 이견이 존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해 전체 안건이 '보류'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암질심은 제약사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가까운 시일 내 열리는 정기 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기간 동안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킴리아 보험 등재 절차를 살펴보면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예고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킴리아의 급여 보류 소식에 대해서 아쉽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신중한 급여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세브란스병원 유철주 소아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소아 림프구성 백혈병은 현재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하거나 항암제 불응성이 생기는 경우 약제가 없다"며 "이처럼 최후의 방법으로 킴리아를 활용했을 경우 급여 적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의학적으로만 본다면 필요한 곳에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성이 맞다"면서 "성인의 경우도 일단 치료할 경우 기대수명이 짧은 것만으로 급여 필요성을 단정적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