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과 저출산 시대,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수련 3년제 전환은 위기 극복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2022년 레지던트 1년차부터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을 결정한 소아청소년과의 현 상황과 개선 대책 등을 집중 취재했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10월 공지를 통해 2022년부터 전공의 수련기간의 3년제 전환을 공표했다.
내과와 외과에 이어 소아청소년과도 전공의 3년 수련을 선언한 셈이다.
소아청소년과가 전공의 수련을 단축시킨 배경은 무엇일까.
저출산에 따른 환자군 감소와 젊은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전공 기피 현상, 개원가와 봉직의 시장 침체 등 악순환의 결과물이다.
■소청과 3년제 전환…저출산·전공의 기피·개원가 침체 ‘결과물’
국내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 이후 2021년 8월까지 감소를 지속하고 있다.
인구 1천명 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5.1%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경영 수익은 코로나 이전 대비 50~60% 하락했다.
특히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까지 100%를 상회했으나 2020년 78.5% 이어 2021년 38.2% 등 역대 최악의 결과를 도출했다.
서울대병원 등을 제외하고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그리고 지방 대학병원 모두 전공의 '미달'과 '0명 지원' 행렬을 이어갔다.
소아청소년과 위기감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과거 '소아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진료과 명칭 변경도 저출산 대비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었다.
2021년 현재, 소아청소년과는 암흑의 터널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전공의 3년제 수련제도 전환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을까.
그동안의 과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철저한 준비와 속전속결'이다.
지난 2019년 12월 전국의과대학 주임교수 간담회에서 전공의 3년제 논의를 시작으로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전공의 수련기간 적절성 분석 연구용역, 2021년 1월 전국 수련병원 현황 조사 등을 착실히 준비했다.
■학회 철저한 준비와 속전속결…수련병원 87%·평위원회 77% ‘찬성’
이어 2021년 5월 전공의 3년제 개편 TFT 발족과 학회 상임이사회 3년제 수련개편 추진안 승인, 전국 수련병원 대표 책임지도자 간담회, 전국 의과대학 주임교수 간담회 등 수련 3년제 전환을 위한 의견수렴과 설득 작업을 한 달 동안 빠르게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전국 수련병원 87.7%가 전공의 수련 3년제에 찬성했으며, 최고 의결기구인 평위원회 역시 77.5%가 찬성표를 던져 수련기간 단축을 의결했다.
소아청소년과의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수련기간 3년제 전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소아청소년과는 내과 3년제 전환과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수련 과정을 분과 세부전문의 중심에서 일반 전문의 중심으로 전면 개선했다.
신생아실과 소아 중환자실 등 수련 일정을 줄이는 대신 개원의와 봉직의에게 필요한 실전용 역량 중심으로 개편한 것이다.
학회는 전공의를 피수련자로 정의하고, 병원 진료 노동력이 아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독립적 외래진료 및 입원환자 관리가 가능한 일반(1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배출'로 수련교육 목표를 변경했다.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의 발 빠른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
■의료계, 수련 단축 후 보완책 필요 “국회·정부, 방관 안타깝다”
내과학회 수련이사를 역임한 길병원 엄중식 내과 교수는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3년제 전환은 저출산 시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문제는 수련교육과 맞물린 의료현장 공백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는 것이다. 내과가 수련 3년제 전환 이후 전공의 공백으로 다시 4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은 "외과 3년제 전환 이후 내년에 3년차와 4년차가 전문의 취득 후 동시 배출된다"면서 "아직 성과를 평가하긴 이르다. 전공의 지원율이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입원전담전문의도 늘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학회의 수련제 전환에 따른 면밀한 모니터링을 주문했다.
수련기간 단축은 26개 전문과 학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의학회는 소아청소년과의 3년제 전환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지태 의학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3년제 전환 논의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저출산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를 다른 전문과 학회들도 남의 일이 아니라며 수련기간 단축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필수 진료과인 내과와 외과 이어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수련 3년제 전환은 의료생태계 위기를 반증하고 있다"면서 "국회와 기재부, 복지부 등에서 현 의료 상황을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의 보완책은 소아 분야 전담전문의 제도이다.
내년부터 전공의 수련이 3년제로 전환되면, 2025년 레지던트 4년차와 레지던트 3년차가 전문의로 동시 배출되는 상황이다.
그나마 안도하는 것은 30%대 불과한 전공의 지원율을 감안할 때 2025년 전문의가 2배 배출되더라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200명을 상회하지 않아 개원의와 봉직의 경쟁이 예상보다 치열하지 않다는 점이다.
학회의 히든카드는 소아중환자실과 신생아중환자실, 응급실 그리고 소아 입원실 등의 전담전문의 제도 활성화이다.
이중 올해 본사업에 진입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수가 설계를 위한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복지부에 요청한 상태이다.
■입원전담의 소아 가산 시범사업 요청 “새로운 기회, 소청과 희망 기대”
현 입원전담전문의 수가제도는 전문의 1인당 최고 25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연봉 1억 5000만원 내외 수준을 맞출 수 있다.
내과 입원전담전문의 경우 평균 15~17명 환자를 담당해 해당 병원에서 급여 분을 추가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1명이 환자 10명도 힘든 상황이다. 소아 진료 특성상 성인과 다른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내과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수준을 위한 소아 가산을 복지부에 요청했으며, 복지부는 별도 시범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지홍 신임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전공의 3년제는 단순히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후배 의사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소아 분야 별도의 입원전담전문의를 비롯해 중환자실과 신생아 중환자실, 응급실 등 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 미래는 어둡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수련기간 3년제 전환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소아청소년들의 생애주기 건강관리가 제도화되면 소아청소년과 역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임기 3년 동안 소아청소년과의 새로운 희망을 위해 학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