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 일방적 지시에 황당 "병원이 복지부 산하기관인가" 사망 환자도 전원명령 촌극 "현장 너무 몰라, 최소한의 품격 지켜야"
보건당국이 코로나 병상 차등 보상 시행 후 전원명령서 전달을 대학병원들에게 전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1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중증병상에서 20일 초과한 환자의 전원명령서를 해당 병원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전달할 것을 유선으로 하달했다.
앞서 복지부 중수본은 지난 17일 손실보상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중증병상 5일까지 병당단가의 14배, 6일부터 10일까지 10배, 11일 이후 6배 그리고 20일 이후 격리 해제된 경우 보상하지 않은 방침을 발표했다.
병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중수본의 전원명령서는 사실상 행정명령으로 병원이 이를 수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또한 재원 20일 이후 의식이 없거나 판단할 수 없는 중증환자나 지방에 있는 보호자에게 전원명령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라는 것이 합당하냐는 지적이다.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기획조정실장)는 "중수본이 해야 하는 전원명령서 전달을 병원에게 구두 지시로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병원 출입을 통제한 상황에서 의식이 없는 중중환자나 보호자에게 전원명령서를 전달하면 환자와 보호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고 지적했다.
일례로, 재택치료 중 질환 악화로 길병원 중증병상에서 치료 중인 환자가 20일 사망했고, 복지부 중수본은 21일 전원명령서를 병원에 전달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엄중식 교수는 "재원일수 20일이 초과했다고 전원명령서를 하달하는 중수본이 의료현장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면서 "전원할 병원이 없거나 환자 상태가 개선되지 않아 중증병상에 있는 것이다. 중증환자를 병실에 붙잡아 놓은 병원이 어느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중증병상 확보를 위한 복지부의 탁상행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복지부 중수본이 중증병상 확보 성과를 보이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 한바탕 쇼를 한 것 같다"며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복지부가 병원들을 산하기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아산병원 박수성 기조실장(정형외과 교수)은 "병원의 전원명령서 전달 문제점을 복지부 중수본에 알리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의료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복지부 공무원들이 아무리 바쁘고 어려운 상황이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품격을 지켜야 한다"며 성과에 매몰된 방역당국에 일침을 가했다.
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인천의료원장)은 "복지부가 전원명령서를 병원에게 전가한 것은 문제가 있다. 병상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했는데 전원명령서 전달을 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의미로 들린다"면서 "손실보상 원칙이 잘못됐다. 병상 보상과 함께 의료 인력과 행정 인력 충원을 위한 실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