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의료용 마약류' 남용에 따른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의료계에도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이 임상 의사의 의료용 마약류 의약품 처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
이 가운데 최근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환자들의 의료용 마약류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설립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으로 구성된 센터의 수장을 맡은 고대안암병원 이성우 교수(응급의학과, 52)는 19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용 마약 중독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상 마약류 중독이라고 하면 불법 마약류를 떠올린다. 하지만 의료용 마약류 남용 또한 불법 마약류만큼 위험할 수 있다. 의료용 마약류 남용자들은 합법적으로 구입한 약물이라고 생각하기에 중독이나 사용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선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을 공중 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할 정도였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마약류 관리시스템 운영과 함께 의료용 마약에 포함되는 식욕억제제를 대상으로 장기 처방 의료기관 등을 집중 관리하고 있는 중이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복합제) 성분 의약품은 4주 4주 이내 단기 사용이 원칙이며 최대 3개월을 넘겨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과 규제속에서도 의료기관 밖에서는 이러한 의료용 마약류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성우 교수의 평가다.
이 교수는 "의료용 마약도 마약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일상 생활 속에서 독성물질의 오남용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특히 의도적 중독의 경우 인터넷과 SNS의 발달 등으로 인해 국제화, 연소화, 다변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감시 체계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독에 대한 접근에 대해 미국과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국내에서는 의료기관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의료용 마약류 등을 포함한 중독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상담센터가 활성화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선을 보인 중독센터의 경우 서울시에서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를 지원하고 고대안암병원 의료진이 실무를 맡아 운영된다.
고대안암병원은 단순히 중독 모니터링을 넘어 장기적으로 의료용 마약류뿐만 아니라 농약이나 화학물질, 제품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에 대한 임상적 연구에도 이를 활용하겠다는 방침.
중독센터에 접수되는 다양한 독성 물질 중독 상담 사례를 활용한다면 임상 지침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참고로 이 교수는 임상독성학회 이사장으로 국내 임상독성학 연구에서도 앞장서고 있다.
임상독성학회는 약물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약물의 오남용을 넘어 새롭게 개발되는 수많은 유해물질로 인한 중독, 성분이 불명확한 생약류와 민간 약초들의 독성, 생화학 무기의 독성 등에 대해 예방 지침을 마련하는 학술단체다.
이 교수는 "임상독성은 학문적으로는 임상 중독과 환경 독성학으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환경 변화로 인해 독성 물질이 새롭게 나타나는 사례가 많은 상태"라며 "상담이 가능한 중독센터를 운영하면서 의료용 마약류 중독 문제를 넘어 다양한 임상 독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