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신속항원검사(RAT) 등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행정 사각지대로 피해를 입은 회원에 대한 구제에 나섰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회원권익위원회는 RAT에 참여하면서 과도한 행정업무나 진료비 삭감 등으로 피해를 입은 회원에 대한 구제에 힘쓰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세로 1차 의료기관 RAT가 시행됐지만, 초기 소수 의료기관만 참여하면서 현장에선 혼란이 일었다.
더욱이 당시 수가코드가 마련되지 않았고 참여기관이 확대되면서 관련 지침이 변동 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의 잘못된 홍보와 지침이 일방적으로 하달되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었다.
코로나19 유행세가 잦아든 만큼, 그동안의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회원을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의협 권익위의 판단이다.
의협 권익위가 꼽은 문제는 외국인환자에 대한 백신접종·재택치료에 대한 과한 행정업무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 대상이 아니어서 청구에 별도의 서류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의료기관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RAT를 진행했지만, 검사기관 신청을 하지 못해 관련 진료비 전액이 삭감될 위기에 처한 개원의도 있다.
해당 개원의는 지난 3월부터 진행한 RAT 진료비 600여만 원을 청구했지만 심사 결과 전액 삭감됐다. 검사기관으로 등록이 돼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개원의는 시행초기 현장혼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신청 공지가 주말을 끼고 급박하게 이뤄졌고 접수처가 보건소, 의협 등으로 나눠져 있어 혼선이 발생했다는 것.
심평원에 재차 문의한 결과 보건소에서 기관등록을 신청해주면 인정해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정작 보건소는 잘 모르겠다며 의사회로 연락해 보라고 답했다.
의협 권익위가 나섰지만, 심평원엔 관련 지침이 따로 없어 보건복지부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협은 지난 3월 초 이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기관을 심평원을 통해 일괄 재등록해 소급적용이 되도록 한 바 있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마감된 상황이다.
의협 권익위는 이 같은 문제가 회원만의 잘못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청 절차를 공지하는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당시 일선 현상의 혼란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같은 사례가 안 좋은 선례로 남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제도적 사각지대로 발생한 선의의 피해자를 방치한다면, 향후 지역감염 재발 시 유사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협 권익위는 이밖에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사례를 수집한 뒤 정부·지자체와 구제를 위한 타협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오동호 의무이사는 "RAT 공지를 받고 정확한 절차를 확인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로 지자체에서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역시 절차가 그렇기 때문에 집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수본과 지자체 및 해당 지역 의사회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 선의로 감염병 대응에 참여했는데 오히려 피해가 생긴다면 이후 참여하겠다는 의사들이 없어질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행정 사각지대 문제로 발생한 피해기록을 계속 수집해 정부·지자체와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