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경만호 집행부가 또다시 비리 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24일 정기대의원총회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집행부는 '설날 와인 선물' 매입 과정에 일부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비리는 없다고 항변하지만, 회원들의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집행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집안싸움'으로 멍드는 의사협회를 진단해본다.
<상> 내부고발의 짙은 그늘
<하> 민심을 거스르는 대의원회
"다 좋은데 왜 하필 아트센터 마노인가. 집행부가 오해받을 일을 한 것은 분명하다. 지금 같은 때에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막 빼먹으려고 한것인지 판단이 안선다."
정기총회를 앞두고 불거진 '설날 와인 선물'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심심치 않게 터지는 비리 의혹과 집안싸움을 지켜보는 회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내과 개원의 A(56)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의사협회가 시끄러울 때마다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문제를 만든 쪽이나 외부에 오픈해 까발리는 쪽 모두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꼴 보자고 회비 낸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만호 집행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받더니 임기 1년이 지나면서부터는 돈 문제로 홍역을 치러왔다.
1억 원 횡령 의혹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 외부 연구용역비 1억 원을 개인 계좌에 보관하는 등 회계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경 회장은 이 건으로 검찰이 피소돼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설날 와인 의혹과 1억 원 횡령 의혹은 공교롭게도 감사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내부 문제를 외부로 끌고 가 공론화하고 까발리는 것은 협회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행위라며 지난 장동익 집행부의 사례를 상기시켰다.
그러나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성격이 의협회장 자리를 둘러싼 개혁세력과 기득권층 간 갈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의약분업 이후 의사협회는 신구세력간 갈등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유성희(작고) 회장이 의약정 합의안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도중 하차한 것을 시작으로 김재정 회장, 장동익 회장이 갈등에 휘말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특히 장동익 회장 때를 기점으로 의사협회는 내부 고발 문제에 직면했고,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보수파와 노장파, 개혁파와 소장파의 싸움이 갈수록 치열하다"며 "이는 단순히 집행부의 부도덕과 리더십 부재라기보다 갈수록 어려운 경영환경, 선거제도를 둘러싼 갈등, 갈등 중재자의 부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