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터 짜리 부삽을 들고 휘두르는데 생명의 위험을 느꼈습니다."
진료 중 의사들의 폭행 소식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일선 개원가에선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시름이 깊어 지고 있다.
진료를 봐야 하는 특성상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쓰거나 직원을 증인으로 내세우기에 진료 공백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객관적인 정황 증거가 없는 한 쌍방 폭행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높다.
지난 15일 울산에 위치한 J의원 김모 원장은 학생에게 흉기로 맞는 폭행을 당했다. 진료실 내에서 부적절한 애정 행위를 제지하다가 이에 격분한 남자 고등학생이 폭력을 행사한 것.
당시 남자 고등학생은 원통형 컵 받침대로 김 원장을 내려친 후 부삽을 들고 나타나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에 피를 흘리는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김 모 원장은 경찰에 학생을 폭행건으로 고소,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름 또한 깊다.
김 원장 역시 폭행으로 피의자 입장에서 조사를 받는 신세이기 때문이다.
CCTV 등 객관적으로 당시 상황을 입증할 정황 자료가 없는 한 쌍방 폭행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 이번 경우에서도 남자 고등학생은 가벼운 꿀밤 정도를 때린 김 원장을 폭행자로 몰아가고 있다.
김 원장처럼 폭행을 당한 의사는 많지만 정작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의사들이 적은 이유다.
경찰서에서 두 시간 여에 걸쳐 조서를 쓴 김 원장은 "학생들이 나를 폭행 가해자로 고소한 상황이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개원의로서 진료 공백을 우려해 법정까지 가기에는 부담이 무척 크다"면서 "학생들이 진실한 사과를 하면 합의해 줄 용의가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빈번한 폭행 사태가 김 모 원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8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의사는 80%에 이를 정도로 폭행이 만연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호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사들은 '폭행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경기도의 A 개원의는 "환자들의 욕설이나 멱살잡이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그냥 참고 넘긴다"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인폭력가중처벌특별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현재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안'은 시민단체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 개원의들 사이에선 "때려도 참는 수 밖에 없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