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올해 들어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계가 야단법석이다.
건강보험공단이 3조원 이상의 누적흑자를 단기간에 소진하고 재정위기에 빠지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건강보험 보장성의 확대와 2009년도 건강보험료 인상을 동결한 때문이다.
긴 호흡으로 보면 3저(저부담, 저수가, 저보장)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체계에서 국민의 부담과 수가에 대한 고민 없이 보장성 만을 높이려는 시도의 필연적 귀결이기도 하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은 재정적자의 원인이 과도한 급여비지출의 증가에 있다고 호도하면서 어설픈 미래예측을 근거로 지불제도의 변경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추구하는 가치는 첫째 건강보험의 보장성, 둘째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과 접근 편의성, 셋째 의료서비스의 품질, 넷째 보건 의료지표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섣부른 지불제도의 변경은 이러한 건강보험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그것은 현행의 행위별 수가제도야말로 이러한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지불제도변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행위별 수가제도가 의료 제공량의 통제에 의한 재정 지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제도의 운용상의 문제이지 제도자체의 결함이라 보기 어렵다.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선택권과 접근 편의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포괄수가제나 총액계약제에 비하면 행위별 수가제의 문제점은 훨씬 적다.
행위별 수가제에서의 행위량 조절은 심사평가원의 심사기능을 진료비 위주에서 행위량을 관리하는 쪽으로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건강보험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수입의 적정화와 재정지출의 적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고 적정수입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부담이 OECD 수준으로 개선되는 안정적인 국고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적정한 재정지출을 달성하기 위해 가입자는 의료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공급자는 의료제공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노력과 기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해 마지않는 우리나라의 ‘포괄형 행위별 수가제 및 약제 치료재료 실거래가 별도보상체계’를 함부로 내치기 보다는 30년간의 저수가 정책에 기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건강보험제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 할 수 있는 방편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