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위기감이 수가 인하에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던 약국 수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시작한 것 같다. 정부가 약국 수가가 불합리하다며 전면적인 손질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핵심은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료 5가지로 세분화되어 있는 약국 조제 수가를 3가지 정도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앞서 현행 조제일수별인 의약품 관리료 산정기준을 방문당으로 변경하고 병, 팩단위 조제료 합리화 방안을 건정심에 상정한 상태다. 건정심을 통과할 경우 연간 1773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약국 조제 수가 전체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약국 조제 수가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의약분업 이후 지금까지 약 20조원이 지출된 거대한 블랙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단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다수의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약국 조제료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복지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복지부의 보호막 속에 약국들은 큰 호황을 누렸다. 그런 차에 다시 찾아온 건강보험 재정난이란 변수가 약국 조제 수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늦었지만 마땅한 변화다.
일단 정부가 약국 조제료 개선에 시동을 걸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당장 약사회의 반발을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약사회가 강하게 나올 경우 복지부가 주춤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약사회에는 막강한 정치력이라는 파워가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관련 단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약국 수가 조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설득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약사회가 정치력을 동원해도 효과가 없도록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