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부인과 이모 원장은 교통사고를 당한 산모의 진료비 323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지만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자보분쟁심의회)는 보험사에게 진료비 전액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의결했다.
이에 불복한 이 원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해당 보험사가 진료비 전액을 의료기관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원장은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소송을 두 차례 경험했고, 법원은 자보수가분쟁심의회의 심의 결과를 모두 뒤집고 보험사가 진료비 미지급금을 지불하라고 선고했다.
자보분쟁심의회의 심의 기준에 대한 의료기관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자보분쟁심의회 심의 결과와 법원의 판결이 엇갈린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렇다.
이 원장은 교통사고로 조산기가 보이는 산모에게 조산입원치료를 실시한 후 자동차보험사에 입원료와 진료비 323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진료비 청구액에 문제가 있다며 자보분쟁심의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자보분쟁심의회는 앞서 보험사가 지급한 진료비 264만3760원 중 158만3069원을 반환하라고 결론 내렸다.
이 원장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자보분쟁심의회의 심의가 잘못됐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 원장은 "자보분쟁심의회의 심의결과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자동자보험 진료 수가 심의기준.
현재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에 따라 건강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준해 정하고 이를 국토해양부가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규정된 수가기준 이외의 진료에 대해서는 자보분쟁심의회가 별도로 진료수가 인정기준을 정해 심의한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터 자보분쟁심의회와 의료기관의 갈등이 발생한다.
자배법에 따르면 자보분쟁심의회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에 관한 심사, 조정 및 진료수가 기준 조정에 관한 업무만 있을 뿐 진료수가의 인정기준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자보분쟁심의회 측은 자체적인 진료수가 인정기준에 의거해 심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자보분쟁심의회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준을 임의로 제정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자보분쟁심의회는 의사 1인, 보험전문가 1인이 한 팀을 구성해 개별심사하고 있다. 따라서 사건에 따라 심의결과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두고 자보분쟁심의회 측은 "전문가 2인이 개별심사를 하기 때문에 더 전문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심의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혼란스럽고, 일각에선 보험사에 유리한 심의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지난 해 서울대병원 관련 소송에서 척추신경자극기 설치술에 대한 진료수가 기준을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척추신경자극기는 난치성 만성통증 환자 치료에 주로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건강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따라 6개월 이상 치료했음에도 효과가 없고, VAS 통증점수 7이상의 심한 통증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 급여대상이 된다.
자보분쟁심의회는 임상심리검사와 정신과 전문의의 정신상태 검사를 근거로 통증에 심리적 요인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진료수가를 인정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 같은 심의기준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정형외과 김모 원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교통사고 후 십자인대 파열로 병원을 찾은 스킨스쿠버 다이버 박 씨를 치료한 후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기왕증을 이유로 진료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김 원장과 환자인 박씨는 보험사 측에 거듭 항의했지만 자보분쟁심의위는 기왕증이 있었다고 심의함에 따라 병원은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보험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환자 자신도 인지하지 못했던 기왕증을 둘러싼 분쟁이 자보 환자에서 자주 발생한다"면서 "간혹 환자 입장에서도 억울한 사례가 종종 있다"고 환기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병원민원관리자협회 관계자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고시하고 발표하는 것처럼 자보분쟁심의회도 심의기준을 밝혀야 한다"면서 "사안별로 개별심사하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한 임원은 "자보환자를 진료한 경우 보험사에서 진료비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보험사와 맞서야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면서 "특히 이 과정에서 자보분쟁심의회에 대한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자보분쟁심의회는 중립적인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거듭 강조했다.
자보분쟁심의회 주재삼 사무국장은 "사건별로 개별 심사를 진행하고, 심의 위원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심의 결과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 "의료라는 특성상 사안별로 내용이 달라 개별심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심의회 설립 목적이 보험사와 병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가 분쟁을 조정, 심의하기 위한 것이므로 중립적인 시각에서 심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심의위원은 의료계와 보험계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심의회 조직도 양측이 균등하게 일을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