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현재 사용중인 조영제보다 혈관 조영 효과는 우수하지만 독성과 부작용이 훨씬 적은 조영제를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현택환 석좌교수와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최승홍 교수는 최근 극소 산화철 나노입자를 T1 MRI 조영제로 활용해 고해상도 혈관 MRI영상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MRI에는 원하는 부위가 밝게 보이는(positive contrast) T1 조영제와 어둡게 보이는(negative contrast) T2 조영제가 사용되고 있다.
T1 조영제로는 상자성의 가돌리듐 착물이 널리 사용되는데 이는 작은 분자량으로 인해 혈관과 생체 내 체류시간이 짧아 혈관질환 등에서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한 신장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전신성 섬유증(Neuphrogenic Systemic Fibrosis)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보고돼 사용되지 못했다.
T2 조영제는 SPIO 등 산화철 나노입자가 주로 쓰인다. 이는 음조영 효과를 이용한 간의 암종을 발견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데, 음조영 만으로는 혈관이나 다른 암종의 진단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으로 지금은 임상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학자들은 산화철 나노입자를 T1 조영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궁리해왔지만 워낙 자성이 큰 특성때문에 난항을 겪어왔다.
결국 방법은 입자의 크기를 매우 작게 만들어 자성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매우 작은 크기의 산화철 나노입자의 대용량 합성법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중 현 교수팀과 최 교수팀이 극소 산화철 나노입자를 간단하고 저렴하게 합성한 후 이를 T1 MRI 조영제로 활용하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된 것.
극소 산화철 나노입자는 자기 모멘트가 작아 T1 효과를 크게 한다. 또한 산화철은 체내에 철분으로 저장될 수 있어 생체 적합성이 높고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서 독성이 매우 적다.
특히 극소 산화철 나노입자는 기존의 T1 조영제인 가돌리늄 착물에 비해 훨씬 긴 혈류시간을 가져 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고해상도 영상으로 대동맥, 대정맥, 경동맥 등의 큰 혈관뿐만 아니라 0.2mm 지름의 작은 혈관까지 MRI로 관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극소 산화철 나노입자를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을 쉽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조영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택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MRI 조영제의 한계를 극복해 독성이 적은 산화철 나노입자로 고해상도 혈관 영상을 가능하게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화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게재됐다.